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쏠이 Apr 25. 2024

원수

시 12


나는 너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고통스럽게 한다

나를 위해 선택한 일이 너를 죽인다는 것을 

나는 알면서도 행한다

너는 어찌 내 자식이 되어 태어났는가


이 생에서 그 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즈음에는

이 세상 떠나며 

너와 다음생에 또 가족으로 태어나길 빈다


우리는 전생에도 이생에도 원수라

틀림없이 다음생에 만날 테다  


그때는 내가 네 자식이 되어 

이 생의 죗값을 치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 서로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관계입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어쩔 때는 전생에 원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갈등이 일어납니다.
 이 시의 화자는 어머니이며 자식을 이 세상에 내놓아 힘들게 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또 자식을 괴롭게 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죄의식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다음생에도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이어지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전 11화 부모와 아이 그리고 사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