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6
회사를 다닐 때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삶의 낛이었다
해외로 몸을 옮기면 한국에 근심을 두고 도망 온 것 같은 후련함에 약을 하는 것처럼 해외여행을 꿈꾸었다
마치 한국은 벗어나야 하는 지옥인 냥, 헬조선이라 칭하며 해외로 도망쳐 사는 그날 만을 꿈꿔온 적이 있었다
내 머릿속을 지배해던 해외 도피생활은 당연히 이루어졌다
상상한 대로 행복과 기쁨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일이 있었다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느낀 것은 헬조선으로 끌려가는 낙담이 아니었다
나는 장장 일 년의 여행을 하며 마음속으로 수 번 떠올린 생각이 있었다
한국의 일상을 살면서도 거리의 아름다움에 행복해하며 여행하는 것처럼 살 순 없을까
이 말은 마법처럼 나의 세상에 주문을 걸었고
지금은 이루어졌다
평생을 살았던 동네를 이제야 사랑하게 됐다
참으로 바보같이
우리 동네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
무룡산은 그 자리를 지켰으며 우리 동네는 상업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나는 이제야 그 눈을 가지게 되었다
나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 건물만이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님을 아는 눈을
스스로 한계를 설정했다
스스로 행복을 재단했다
나는 외국에서 떼 묻은 안경을 닦아왔다
이 안경은 매일 닦아야 한다
그리고 요즘은 이것을 닦는 일이 내 삶의 낛이다
약 일 년간의 해외 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을 떠날 때와 돌아온 후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아무런 감흥 없이 살아온 동네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나의 무의식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시를 쓰는 당시에는 해외의 생활이 저를 깨우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무의식을 해소함과 동시에 억압하고 있으며, 물질세계는 상대계이므로 고통을 겪은 후 기쁨을 겪게 되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억압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마치 안경을 닦는 듯 항상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든 감정들을 수용해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