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5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받아들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아주 짧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추운 바람에도 바로 더 껴입을 옷을 구할 수 없어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아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찾아 숨어버릴 수 없어 온 피부로 햇볕을 맞아야 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받아들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지의 나라에 도착하여 마음이 끌리는 대로 카페를 가고 그곳의 음식과 노래를 듣는다
여행에서 만큼은 노트북과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덮어두고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집중한다
나의 보금자리에서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닥칠 시에 대처할 수 있는 물건이 모두 준비되어 있다
날씨가 추워질까 봐 외투와 우산을 챙기고, 더워지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카페가 도처에 널려있다
집 주변 카페를 갈 때는 내 취향에 맞는 영상 리스트가 세팅된 노트북을 챙긴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했던 시간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을날 자전거를 타고 있던 도중 떠올린 시입니다. 환절기인지라 자전거를 타기 전 날씨가 어떨지 확신할 수 없었고 자전거를 타면서 큰 추위를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지, 추운 걸 받아들이자.'하고 가슴을 펴자 오히려 추위가 잔잔해지며 자전거를 타는 순간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만 겪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어떤 현상이 내 인생에 펼쳐지던지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삶을 임할 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어떠한 고통의 시간도 허용하세요. 고통 없이는 기쁨을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