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메모장
"제가 해보겠습니다. 저 할 수 있어요!"
"팀장님, 데이터 정리 하다 빠진 것이 있는데 어떡하죠? 다신 실수 안 하겠습니다."
"팀.. 장.. 님.... 데이터에 빠진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신입사원이 팀에 들어오면 모두에게 자극이 될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가 팀 내에 감돌기 시작합니다. 어떤 것을 지시해도 "제가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란 대답이 먼저 나오니 그럴 수밖에요. 항상 긴장하고 있지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면서도 안쓰럽죠.
한 사람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만큼은 팀 내 누구보다 굳건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굳건함이 독이 되었다, 해독이 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을 뻔히 알지만 그 자체로 빛나는 시절이랄까요? 이 시절에만 나오는 바이브가 퍽 마음에 듭니다.
하루, 한주, 한 달이 지나가면서 그 빛나는 얼굴은 어느새 주눅 든 얼굴로 변해가고,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지내다 보면 빛나던 열정은 빛바랜 자기 성찰로 바뀌어가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죠. 복잡한 머릿속 외침이 먼 팀장자리까지 들립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나는 왜 이모양이지?
저 역시 신입 때 그리 대단하지 않았고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았을 텐데 라테의 팀장이 불쑥 튀어나와 잘못한 것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신입사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차'싶습니다.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하곤 본인의 실수보다 더 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이 열정 넘치는 신입을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몇 번에 왁자지껄한 신입양성을 해본 뒤 내린 결론은 '초기 세 달에 적극적인 투자가 우량주가 되어 돌아온다.'였습니다. 딱 세 달! 제가 제안하는 키워드는 3M(Micro, Mentor, Mood)입니다.
첫 번째로, 대놓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주세요. D1 단계의 신입사원은 업무를 세분화하여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세밀하게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죠.
저는 체크리스트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래와 같이 진행했었어요.
(1) 신입사원이 선배들에게 하나의 업무를 배울 때마다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게 하고,
(2) 작성이 완료되면 제가 보고 받고 피드백을 주고,
(3) 본인이 직접 그 업무를 해보고 체크리스트를 수정하고,
(4) 제가 최종보고를 받고 완결버전의 체크리스트를 완성해서,
(5) 3달 동안 체크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러한 방법은 신입사원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명확한 지침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보다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 새로운 신입이 많은 조직은 멘토가 이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배정해 주시돼 최종보고는 직접 받으셔서 컴펌해 주세요. 인생 첫 컴펌을 팀장님에게 받는 기쁨을 누릴 거예요.
두 번째로, 팀 내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해 보세요. 신입사원이 팀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멘토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팀 내 멘토링 프로그램을 멘토들의 성과평가와 연계해서 도입하세요.
저는 멘토들이 헛공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진행했었어요.
(1) 매년 평가기준을 공표하는 날이면, 멘토의 역할 수행에 따른 성과 보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2) 멘티의 인원수, 성장지표, 수습통과여부, 멘토로서 성장을 위한 학습 등을 포함한 기준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시간을 갖었고,
(3) 멘토역할 수행 전, 저와 시간을 따로 잡아 멘토의 중요성, 역할, 자세에 대해 한 번 더 정립하고 투입을 시켰어요.
멘토링 프로그램의 핵심은 멘토입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공 없는 신입이 붙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죠. 멘토링이 투자할만하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평가기준을 자세하게 적립해서 운영해 보세요. 노력이 있는 곳에 좋은 평가가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보세요.
셋 번째로, 팀 내 분위기 조성이 필요해요. 조직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신입사원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팀 내에서 열린 소통과 지지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팀 내 신입이 '어떤 사람인지' 팀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포커스를 했어요.
(1) 팀원들이 모두 참여하여 새로운 팀원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이름 삼행시, 자리 꾸미기, 환영메시지 자리에 적어놓기),
(2) 팀비를 활용하여 세 달 동안 선배들과 한 번씩 따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3) 분기별 타운홀 미팅에 'OO님을 맞춰라!' 시간을 마련하여 재미있게 서로 알아 갈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어요.
모든 팀원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팀원에 대해 기대하게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하릴없는 이야기를 하게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게 만드는 것을에 집중해 보세요.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 즉 3M(Micro, Mentor, Mood)을 통해 신입사원이 초기의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팀 전체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입사원의 성장은 곧 팀의 성장을 의미하니까요.
초기 몇 달 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장기적으로 큰 성과로 돌아올 것임을 믿고, 적극적으로 이 전략을 적용해 보세요. 새로운 팀원이 팀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 잡아 우량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신입사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을 유지하며 멋지게 성장하는 팀이 되길 응원합니다.
참 팀장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이 시대 팀장님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