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존일기

솔로의 가을

by 노군


2016년의 절반을 지나 이제

반의 반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러고들 있다.




나보다 나은 환경에 있는 친구도
나와 별로 다를 바가 없구나.



유아 출생율이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이 시기에

대상이 없어서
환경이 안되서
생각이 없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미디어에서 말하는 숫자들은 다 수치일 뿐이지.

실제로 이렇게 살에 와닿는 대화처럼
사회 구조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실정이니
결혼은 차치하고 연애조차 쉽지 않다.


누가 가장 먼저 시작하고 기준을 만들어 놓은 척도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본인 명의의 집, 차 정도는 있어야 하고
여자는 혼수, 예물을 해와야 한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지 주제도 모르고 신념이나 가치관 따위가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현저히 차이가 나고있는 나의 정신세계를 이해해 줄 여자는 몇 명이나 될지



너무 많은 필터링으로 뒤북박죽 되어버린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솔로가 된지 1년여가 훌쩍 넘은 시간동안
나는 몇 명의 인연을 놓친걸까?

분명 손만 뻗으면 붙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즐비했는데도
결말이 빤히 보이는 이야기라서
굳이 남의 인생 망치기 싫은 마음에 다 제 갈 길 가시라며 끝낸게 부지기수다.


내가 걸어온 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중에
분명 결혼해서 행복하게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새로 이룬 가정이 깨져버린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는 그런다.

'막상 하면 다 하게 된다' 고.


그렇게 뜬구름 잡듯 공허한 소리를
'아 그렇구나 그럼 나도 해야지' 라며 마음을 다잡을 시기는
20대 때나 유효하듯
지금의 나는 참 복잡한 인간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사랑에 빠지면
앞 뒤 재지 않고 상대의 마음에 겨워
행복한 나날을 보낼테지만
내 나름의 오랜 시간 혼자 있다보니
과연 그럴 기회가 또 다시 찾아오게 될까
라는 의문이 먼저 생기는 가을이다.



내가 만났던 어떤 여자는
나 아니어도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을 하는게 목표였던 사람이 있다.

이유는 친구들이 주변에서 다들 시집을 갔고
본인 혼자 남게 돼, 풀지 못한 숙제를 본인만 떠 안고 있는 기분이라서란다.


그런 공포감과 고립감에
그야말로 아무 사람이나 만나서 으쌰으쌰해서
한 결혼인들
과연 그게 행복할까?
저기 자신과 상대방의 인생을 건
최면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무나랑 하는 연애나 결혼의
도취감이 지났을 때 오는 반동은
대체 누가 책임 질 건가.



같이 일하는 우리 회사의 사수분도
늘 말씀을 하신다.

'정말 마음에 드는 상대 아니면 외로움에 지쳐 억지로, 일부러 만나지는 말라' 고.



아무 생각 없이
겁 없이 마음만 맞으면 다짜고짜 연애를 하던 나의 옛 시절들이 멋있다.

하지만 단지 지금의 나는
그런 대상이 없을 뿐.

엔간하면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니까
대상이 없는 와중에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 처럼
나 자신에게 시간을 쏟고 주변 사람들과 특히 부모님들께 더 신경을 쓰는 인간이 되어야지.



주중엔 퇴근해서 운동을 하고
주말엔 꼭 극장엘 가서 영화 한 편 씩 보고
잠들기 전엔 책을 읽는다.

틈틈이 글도 쓰고 만화책도 읽으며
여기에다 이것저것 리뷰도 하고
내가 세상에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찾아보기도 한다.

아주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인데
이젠 적응이 되서 할만하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요딴 생활이 어느정도 몸에 베니까
처음엔 몸이 근질거리다가도
유산소 운동 한 번 하고 샤워 한 번 하고나면
쓸데없는 잡생각들이 싹 가신다.




수도승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나쁘지 않아.

헛짓거리 안하니까.




이러다가 영영 나타나지 않게 된다 해도
내 가치관을 부숴가며까지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려면

이 방법 말곤 없는 거 같다.





지치면 지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옛 사람들이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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