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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31. 2016

무현, 두 도시 이야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6대 국회의원 선거 영상 자료집

최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으며,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6대 국회의원 선거 영상 자료집.



우선 이 다큐멘터리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우상화에 앞장선 영화가 아니다.

다만 그를 추종하고 따랐던 일명, '노빠' 들에겐 추억이요, 그리운 이를 미공개 영상들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집 정도다.






영화에 주로 담긴 내용은

16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 당시의 노무현을 바짝 뒤쫓는 모양새로,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가 아닌, '인간 노무현' 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얼개가 전혀 없는 영화이고 대체적으로 산만하다.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남겨진' 자들이 현재의 시국에 눈물 흘리고 그리워하는 내용이 전부다.







거기에 또 한명의 '무현' 이 등장하는데, 바로 시사만화가 백무현이다.






이 영화가 제작되던 2016년 4월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았지만 '상식' 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램은

끝내 위암 판정을 받고 올해 8월 15일을 마지막으로 한 줌의 재가되어 흩날리게 된다.



애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상화 영화를 만들었어도 좋았을 법 했다.


이미 세상은 이명박 정권 초기때 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다.

나는 노무현 정권때 군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군복무기간을 2년으로 줄여준다고 해서 그에게 한 표 행사하고 입대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아니, 없었다.



제대를 하고 정권이 다시 바뀌면서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점차 생기는걸 봤다.

그리고 2009년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더 더 많은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다.

너무 맹목적으로 불같이 달려드는 추종자들은 그 때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종종 여러 매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당시 영상들을 봤다.


문득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걸 볼 수 있었다.


상식과 진실이 통하는 사회.

서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정부.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계란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어도 허허, 웃는 대통령.


우스갯소리로 담배값이 오르거나 자신이 뭔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때 모두들 한 입으로 모아 유행처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계속 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전시행정, 기득권 특혜, 국정원 조작 등

말도 안되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의 후발 주자들이 나라를 개씹창을 만들어 놓으니까

상대적으로 잘 해 보이는 거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다.


기본적으로 오른쪽 왼쪽을 나누며 편가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상식과 생각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나라를 이정도로 나락으로 떨어뜨리진 않을거다.



이명박이는 병신처럼 삽질이라도 했지,

박근혜는 꼭두각시처럼 최순실에게 조종만 당하는구나.

기득권과 재벌들의 주머니만 더 채워 주면서..


거기에 우리는 개 돼지처럼 놀아났고.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으면 저럴까.

얼마나 우리를 사람 취급도 못 받을 존재로 여기면 저럴까.

싶다.



이런 시국에 적절하게 잘 개봉했지만

(여전히 상영관과 상영시간은 쓰레기지만)

조금, 

아주 조금만 더 영리하게 영화를 주조해갔으면 좋았을

너무 아쉬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다.

(나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한 번 보면 딱 이해가 가게 만들었으면 좀 좋아)












+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에 주로 쓰인 인용문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라는 책을 읽고싶어진다.


영화의 작은 타이틀로도 쓰인 동명의 제목은

영남과 호남

노무현과 백무현의 존재와 일치한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와 서거한 뒤의 내용과도 같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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