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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Nov 21. 2016

니나 포에버

결국 지나간 옛 연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영화

당신은 내 남자친구의 죽은 전 여자친구야.






-넌 죽었잖아.

-그렇다고 헤어진건 아니잖아.






네가 아무리 좋은 추억을 만들어내도 그 다음에 만든 추억에 희석돼 버릴거야.











옛 연인의 '기억' 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마트에서 일하는 '롭(시안 베리)' 에겐 1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전 여자친구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늘 위험한 생활들을 해 가며 그녀를 따라가고 싶어한다.

동료 직원인 응급 구조대 훈련생 '홀리(아비게일 하딩햄)' 는 그런 롭에게 끌리며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사랑' 을 나누는 순간에 롭의 죽은 전 여자친구, '니나(피오나 오쇼너시)' 가 나타난다.

사고를 당하던 때의 모습으로.



이 기괴한 러브 스토리는 세 명의 남녀가 침대에서 뒤엉키게 되는 묘한 상상(실제 그런 씬도 있고) 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그건 다 수입사의 페이크고

일단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편린같은 기억에 기반한 영화다.



예나지금이나 옛 사랑들은 이미 나의 세계에서 죽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볼 수 없고 안좋은 기억들보다는 좋은 기억들로 많이 희석되어

그 당시의 추억을 곱씹는데 여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다 새로운 연인이 생기지 않아서 받는 고통이다)

그 추억과 기억을 함께 나눌 대상이 없다는 것 역시 옛 사랑들의 기억이 주는 단점이자 장점이다.

다만 나의 머릿속에서 '이미 죽은 사람' 으로 명시된 이들이

아주 가끔, 간혹,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스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보통은 거의 나 혼자 옛 사랑을 목격한다. 서로를 인지한 적은 거의 없고)

그럴땐 심장이 얼어붙는듯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분명 그녀들에 대한 기억은 이제 명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흐릿해 졌는데

(얼굴도 제대로 기억 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내 머릿속에서 '죽은 이' 로 각인되어있는 그녀들이 눈 앞에 당도하게 되는 그 순간은

정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 사람을 보는 듯한 기적을 목도하는 것과 비슷한 체험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다, '니나 포에버' 는.

다만 정말로 죽은 사람이고 하필이면 새로운 사랑과 섹스를 나눌때 침대에서 부활한다는게 좀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되는 억지가 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지나간 옛 연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니나가 끊임없이 롭과 홀리 앞에 나타나는 이유는

롭이 그녀와 사랑이 끝나서 헤어진게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죽은 자식을 영영 잊지 못하며 노후를 보내는 니나네 부모님들 역시

롭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는 악귀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홀리의 시점에서 봤을 때)

니나보다 한참이나 어리고 상큼한 홀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니나를 성불(두 사람 앞에 더이상 나타나지 않게) 해 주려 하지만

결국 악몽같은 현실에 자신이 붙들리게 된다.



영상미나 기괴하지만 참신한 소재는 박수를 쳐줄만한 아주 좋은 영국의 영화지만

뒤로 갈수록 그 주제 자체가 모호해짐에

썩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유치하더라도 홀리의 롭에 대한 헌신으로 니나를 영원히 쫓아내길 내심 바랬지만

영화는 점점 산으로 간다.




죽은 니나역을 맡은 피오나 오쇼너시의 농염한 목소리와





홀리역을 맡은 아비게일 하딩햄의 권태에 찌든 듯 지루하지만 젊음의 상큼함이 숨어있는 연기가 좋았다.







얼핏 보면 준 포르노 수준의 살색과 피칠갑으로 가득 찬 영화지만

(나이를 먹으니 이제 이런류의 벗는 영화들은 감흥도 없는 듯...)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나 일관적인 분위기가 차갑지만 어딘가 따뜻함을 전해 준다.


주로 '헤어진 연인 관계' 에 대한 이야기를 죽음으로써의 해석한 영화.










+

포스터도 그렇지만

사고 당시 상황에서 부활하는 니나의 겉모습이

마치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비운의 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의 정규 2집 앨범 커버와 비슷해서

본작의 감독이 어느정도 차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mcr의 앨범 커버 스토리는 두 남녀 다 죽었지만)





이게 mcr 2집,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 의 정식 커버이고






이게 b사이드와 라이브가 뒤섞여 있던 스페셜 앨범인 'life on the murder scen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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