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남자

그리고 그 이상한 남자를 이상하게 만드는 여자와 스승의 이야기

by realnorth

작성자 주

1) 웃음포인트

- 남자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진리의 본질을 말하고 있음.

그러나 지식을 배우라 말하는 스승에게, 책은 불에 탄다고 말함으로써,

'지식'과 '책'을 물리적 동가로 혼동하고 있음

엄청 진지한데, 엄청 멍청한게 웃음포인트

- 여자는 남자가 하는 이야기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뜬금없고 물색없이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함

이러한 논점일탈은 이를테면 모든 것을 사랑의 문제로 환원하는 일부 여성에 대한 희화화임

- 스승은 남자를 가르치려 들지만, 막상 뜬구름만 잡고 있어서 전혀 와닿는 얘기를 하지 못함

남자는 치열한 삶을 말하고 있으나, 스승은 화석화된 진리만 늘어놓고 있음

2) 해석의 문제

- 위와같은 웃음 포인트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작성자는...

이상한 사람일까 아닐까?

- 제목에서 말하는 이상한 남자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남자이면서 동시에,

작성자를 말하는 것이기도 함


남자 :
아. 이 초조하기 이를데 없는 하루하루여.
시간은 자꾸만 나를 덮쳐오는데, 나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구나.
나는 너무나도 바쁘다.
하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너무 바쁘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여자 :
당신은 그저 해야 할 일들을 시간 위에 흩어놓은 채, 그것들의 순서를 정하기만 하면 될 일이에요.
그리고 그 일들이 바르게 되도록 적당히 제 자리에 놓아두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들을 그때그때 해나가면 되는 거지요.
당신은 생각만큼 그리 바쁘지 않아요.

남자 :
그렇지 않다.
너는 얄궃게도, 시간이란 흐르는 것이라고 믿고 있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단지 의미를 부여잡기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허우적거림이 그때그때의 모습이나 양상으로 나타날 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여자 :
틀린 것은 당신이에요.
당신은 어제 면도를 하지 않았죠?
당신의 턱에는 어제 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턱수염이 새로 자라났어요.
그것은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새로운 사태인거죠.
시간은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죠.
당신이 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 한거랍니다.
따라서 시간은 언제나 변화를 동반해요.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다보면, 우리는 시간을 발견할 수 있죠.
따라서 당신은 당신이 해야할 일들을 순차적으로 해나가면 될 뿐,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습니다.

남자 :
당신은 경험주의자처럼 말하는군요.
시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변화라구요?
대체 무엇이 변했다는 것입니까?
내 턱수염이 변했다는 것입니까?
내 턱수염이 변해서, 무엇이 어찌되었다는 겁니까?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다는 겁니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은 대개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환영들을 담고 있을 뿐이요.
그것은 마치, 아침 호수에 일렁이는 물안개가 해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듯이, 아무런 실체도 본질도 담보하지 않지요.

여자:
만일 변화하는 것이 아무런 실체도 담보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기 전과, 나를 만난 뒤에 어떻게 달라졌나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눈빛이 달라졌고, 조금 더 많이 웃어보이게 되지 않았나요?

남자:
제길.
당신은 또 당신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당신은 늘 그런 식이에요.

여자:
당신은 변했군요.
이제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남자:
난 아무말도 하지 않겠소.
우리는 변화한다는 것에 실체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요.

스승:
네 녀석은 또 그모양이구나.

남자:
아 스승님. 여긴 또 어쩐 일이십니까.
고매한 콧잔등을 치켜세우고 제게 욕이라도 하실 양이라면, 그만 집어치우시기 바랍니다.

스승:
네 이놈.
네놈은 항상 말버릇이 그모양이구나.
너는 마치 시간을 제패한 현자처럼 굴고 있구나.
너는 어찌 내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십년 전이나 오늘이나 다를 바 없는 한숨을 내쉬고 있느냐?
정녕 네놈의 한숨소리에는 진보가 없구나.

남자:
스승님께서 제게 가르치려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르치는 것은, 다만, 스스로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을 뿐입니다.
스승님은 분명, 변화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실체성이 있다고 이야기하시겠지요.
하지만 정녕 그것이 내일 죽어 없어질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설사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내일 죽어 없어질 사람에게는 그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설명이 되어주긴 하겠구만요.

스승:
너는 실체가 무어라 생각하느냐.
그것은 책속에 있다.
너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의심만 하고 있구나.
의심을 거두고, 공부를 하거라.
학업은 언제나 즐거운 기쁨을 가져다준단다.
또한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교수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네놈도 나처럼 빛나는 콧잔등을 뽐내면서 여러 제자놈들의 코를 꿰어 끌고 다닐 수 있을께다.

남자 :
책에 불을 지르면 책은 곧 불타고 맙니다.
그러니 그 책속에 적혀있다는 실체라는건 불에 잘 타는 속성을 거머쥔 것이겠구만요.
당신은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에 무엇을 걸었습니까?
또한 당신은 대체 무엇을 알고자 하십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왜 알고 싶어하십니까?

스승:
알고자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 있기 때문이며,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학문의 보다 정말한 방법들이며,
내가 그것들을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내게 도움이 되기 때문일세.

남자:
그것들이 대체 당신에게 왜 도움이 됩니까?

스승:
정말한 학문의 기술들을 배우게 되고, 옛 석학들의 글줄을 외고 있으면,
우리는 보다 현명해지고 명석해지게 되지.
그리고 그렇게 명석해진 우리는 좀 더 쓰임새 있는 사람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네.
그런데 자네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초조함으로 대체 무얼 건져올리고 싶은겐가.
자네는 정녕 그 수많은 책들을 다 읽었단 말인가?

남자:
쓰임새란 무엇입니까?

스승:
적당한 목적과 용도에 맞게 적절히 기능하는 것을 가리켜 쓰임새가 있다고 하지.

남자: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의미는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까.
의지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의지는 어디를 향해야 합니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합니까.
인간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희망해야 합니까.
아니, 희망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얼 희망할 수 있습니까.

세관:
당신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미친 것 같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말들입니까?
심장이 멈추는 것을 죽음이라 합니다.
의미가 궁금하면 사전을 찾아보시죠.
사랑이란 사고팔 수 있습니다.
저 거리로 나가면, 숱한 창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고린도의 청년들처럼, 당신도 그곳에 가서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그러니 관계란 결국 사고파는 일이고, 그것은 일종의 선택일 뿐입니다.
돈만 쥐고 있으면, 어떤 여인이든 골라잡을 수가 있지요.
희망해야 할 것이라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갈 미래를 희망해야 할껍니다.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건 그것뿐입니다.
의지요?
당신의 이야기중에 가장 그럴듯한 것이 의지라는 것이구만요.
당신에게도 의지가 있다면, 당신도 저처럼 근사한 옷을 입고, 풍만한 창녀들을 옆에 끼고는 음란한 짓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답니다.
그러니 당신은 사물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그것들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배우셔야 합니다.

여자, 스승, 세관 :
당신은 내게 쓸모있는 남자가 되어야 합니다.
너는 쓸모있는 선지자가 되어라.
당신은 쓸모있는 부를 모아야만 합니다.


이전 13화사회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