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 유부남이 되어버린
주관적인 시간을 사는 남자와,
영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책을 사모으는 남자.
허무와 정면으로 맞서려 하는 남자와,
학자가 되고자 했던 남자.
이성에 대한 비웃음과 조롱으로, 언제나 이성의 끝자락 어딘가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시험하려 들었던 남자와,
자신은 여전히 칸트주의자라며 호언하던 남자.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마음으로, 세계와 신에 대해 끝없이 회의하던 남자와,
하느님께서 창조한, 정교한 세계에 한없이 경탄하던 남자.
그리고 그 두 남자를 관통하고 지나쳐간 .... 사소하고, 오래되고, 칙칙한 사건들.
우리의 시간을 추억이라 명명하기엔, 우리의 시간이 그리 아름다울 것도 없다.
우리의 시간을 역사라고 선언하기엔, 우리의 시간이 이루어 놓은 바가 없다.
우리의 시간을 세월이라 읊조리기엔, 우리의 시간들은 잘 영글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그저 우정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는 수 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