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meaningout)은 자신만의 의미 있는 취향이나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드러내는 신조어입니다. 신념이란 뜻의 미닝(meaning)과, 성적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입니다. 미닝아웃은 요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 휴대폰 케이스, 팔찌, 셔츠 등 패션 아이템을 살 때도 예쁘면서 환경이나 인권 등 사회적 의미가 담긴 걸 고르는 경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신념 소비, 가치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 대중들에게 관심을 모은 건 루게릭병 환자 돕기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이후에 기부 제품 판매로 이어진 것일 겁니다.
이러한 미닝아웃에 부응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곳은 2013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지원을 시작으로 학대피해아동 지원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인권이 존중받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품의 디자인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www.marymond.kr/)입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 들국화, 능소화, 패랭이, 복숭아, 목련 같은 꽃으로 형상화한 휴대폰 케이스와 티셔츠는 유명 연예인이 그 신념을 표현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리몬드는 무려 영업이익 대비 72%를 전시 성폭력 피해자, NGO단체, 장학 사업, 복지 사업 등에 지원하고 있으며 2019년 7월 현재 누적 기부금이 23억여 원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닝아웃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일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시작한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물산장려운동'이 있었듯이 우리 교정행정에서도 미닝아웃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미닝아웃이 있어 왔습니다. 그것은 각 교도소 재소자들이 안에서 교도작업을 통하여 생산하는 제품 중에는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다수 있는데 판매를 통한 수익금은 작업장에 취업한 수형자에 작업장려금으로 지급되어 그들 스스로 범죄피해자 단체 기부, 국민연금 납부, 사회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등 출소 후 안정적인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일반인의 교정제품 구매는 진정 의미 있는 미닝아웃 소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도자기, 목공예, 생활가구, 사무용 가구, 생활용품, 패션잡화, 침구류 등 다양한 교정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완제품은 전국의 교도소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인터넷 쇼핑몰(보라미몰-교정작품쇼핑몰, corrections-mall.net/)을 통해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정제품 판매의 이와 같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거리감이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에서 부족한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교정제품 판매로 인한 수익금의 수혜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는 그 자신만의 문제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회에 남겨진 그의 가족들은 재소자 자신이 감당해야 할 그 이상으로 충격과 사회적 냉대와 소외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한 명의 재소자가 수감되면 경제적 궁핍, 잦은 갈등,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남겨진 어린 자녀들은 조부모가 돌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위탁시설에까지 보내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교도관으로서 실제 경험한 것 중에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처와 이혼한 상태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로 들어오자 모든 가족과 연이 끊어저 혼자 남겨진 어린아이는 결국 위탁시설에 맡겨지고 설상가상으로 교도소에 있는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 조차 암 말기 판정을 받아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 안타까운 경우처럼 재소자를 하나 하나 상담하다 보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너무도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거기에다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어린아이의 가슴에 평생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아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범죄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범죄 피해자의 자녀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범죄로 인하여 소중한 가족을 잃거나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 때 범죄 피해자의 자녀들이 겪는 고통은 가해자의 자녀들이 겪는 고통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가해자의 자녀와 피해자의 자녀 모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정제품 판매로 인한 수익금의 수혜범위가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다음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의미를 잘 나타내는 미닝아웃 제품 로고와 충분한 홍보가 마련되어야 하고, 자기표현에 당당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을 반영하여 제품이 예쁘고 품질이 우수해야 할 것입니다. 교도소 직업훈련 과목 중에 귀금속 공예를 활성화하여 배지, 반지, 목걸이, 팔찌 등 세련되고 감각 있는 미닝아웃 제품을 만들면 좋을 것입니다. 그밖에 티셔츠, 백, 휴대폰 케이스 등 새로운 제품 개발과 아울러 기존 제품에 대한 품질개선과 세련미를 갖추어 미닝아웃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방향으로 접근성이 향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형사정책 이론 중에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사법질서에서 주장하는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나 응보가 교정교화나 사회복귀에 실효성이 없고 재범 예방에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및 지역사회 구성원 등 모두가 범죄를 해소해나가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피해자 또는 지역사회의 피해를 복구하고 관련 당사자의 재통합을 추구하는 일체의 범죄 대응 양식'을 의미합니다. 하루하루 자신의 죄를 속죄(贖罪)하는 마음으로 가해자의 자녀와 피해자의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고귀한 일을 그 원인을 만든 재소자 자신이 수행한다는 소명의식을 갖는 것은 이들이 만든 제품을 신념 소비, 가치 소비하는 우리들과 함께 재소자 자신도 미닝아웃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회복적 사법으로 가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작지만 담대한 발걸음이라고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