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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숲 Apr 04. 2020

아침형 인간이 되자

4월의 산문 #1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했다. 목표는 아침 6시. 


어제 아버지하고 통화하다 새벽 6시라고 말하는 바람에 한 소리 들었다. 


“아들! 6시가 새벽이가?”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새벽, 아니 아침 6시면 식사를 하고 과수원에 가셔서 일을 하시니 이미 그 시간이면 새벽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은 다른 가족들하고는 시간이 다른 것 같다. 보통 대학생의 기상시간을 8시라 가정해보자. 만약 내가 포항에서 그 시간대에 일어나면 난 게으름뱅이 막내아들 포지션이 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가족은 오후 10시면 다들 잠을 자야 되는 시간이다. 그러니 포항에 갈 때마다 취침시간 10시를 넘기면 잠 안 자고 뭐하냐는 아버지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여하튼 코로나 때문에 이래저래 대학교도 사이버강의를 하느라 루즈해진 지금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기로 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지금처럼 느슨해졌다간 정말 게으름뱅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아침형 인간의 이른 아침은 운동이었다. 러닝을 하러 가는데 삼겹살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좀 묘하긴 했다. 이 시간까지 술을 마셨구나 하는 생각에 어젯밤 나와는 다른 내용의 삶을 산 사람들의 요약본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못됐지만 요상한 우월감도 들었다. 

‘저 사람들은 밤새 술 마시고 허비할 동안 난 운동을 하다니 장해!’ 

이런 재수 없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만큼 일찍 자기도 해야 한다. 아니면 그다음 날 하루가 되려 피곤해서 쓰러지기 마련이다. (사실 일찍 일어나서 오전 시간 중에 잠깐 낮잠을 3-40분 정도 자곤 했다) 또 늦게까지 깨 있는 사람들은 아침에 더 자고 다른 사람들이 잠든 새벽 시간에 무엇을 더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꼭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시간의 양적인 면을 강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확실히 건강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러닝을 한다는 것과 잠든 시간에 혼자 이것저것 일을 꾸민다는 게 은근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데 하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데 활기를 안 느낄 사람이 있을까. 나도 모르는 새에 건물에 부딪혀 내게 다가오는 햇빛을 바라보며 어떤 하루를 살까 하는 건강한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또 돌이켜 보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했던 생각들은 이 밤의 끝을 차마 놓지 못했던 나의 욕심이었다. 해결되지 않을 사건과 고민, 열정들에 밤을 잡아두며 늦게 까지 버티다 자고 일어나면 어렴풋한 잔상만 남고 꿈을 꾼 것 마냥 연기처럼 사라지곤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침형 인간은 시간의 양적인 측면에선 큰 이득이 없을 진 몰라도 질적인 측면에선 상당한 긍정을 주는 게 아닐까.


사실 이 도전에 언제까지라는 계획은 없다. 그냥 시도해봤다. 흘러가는 아침 시간이 아까워서랄까. 하긴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 하루라도 해가 선사하는 삶의 모습을 더 느껴보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소소한 일상이 더욱더 소중히 느껴지는 요즘, 아침이라는 사소하지만 하루에 몇 없는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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