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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숲 Apr 08. 2020

러닝을 합시다

4월의 산문 #2

보통 대개의 경우 운동이라 하면 여자애들에게는 요가나 필라테스가 유행이고 남자애들에게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는 웨이트(일명 ‘쇠질’이라고 불리는)가 유행이다. 학교에 있는 운동센터에 등록해 몇 달간 운동을 해왔으니 나 역시도 웨이트를 하는 이들의 큰 범주 안에 속하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샤워를 하러 거울을 보면 그닥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긴 엄밀히 말해 내가 웨이트를 하는 이유는 근육의 고통을 즐기며 남부럽지 않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니까. 사실 그보다는 다른 운동을 더 좋아한다.


나는 러닝을 좋아한다. 군대에 있던 2017년도에는 3km를 약 12분 내에 뛰며 당당히 특급도 받을 만큼 제법 잘하기도 하는 운동이다. 같이 사는 친구들이 운동(쇠질)을 좋아하는 탓에 가끔은 이런 나의 러닝 사랑이 ‘유산소충’이라는 멸칭으로 괄시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러닝만 한 운동이 있을까 싶다. 그도 그럴게 피트니스 센터는 거의 3달에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야 한다. 또 그 돈이 아깝지 않기 위해 매일 2시간씩 정도는 시간을 빼두어야 한다. 한 며칠 안 가게 되면 돈을 날린 것은 아닐까 괜한 실패감에 젖어들기도 한다. 반면 러닝은 정말이지 착한 운동이다. 두 다리만 있다면 실천 가능한 운동이 아닌가. 가까운 공원과 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돈이라고는 간단한 러닝화만 있으면 된다. 세상에 이보다 착한 운동이 있을까(사실은 가성비를 따지는 거지만). 절대 ‘유산소충’이라는 멸칭으로 불릴 운동이 아니란 말이다.


러닝을 사랑하는 이유는 돈과 시간에 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가장 큰 건 긍정의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러닝을 하고 목표한 지점에 다다르면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숨을 헐떡이고, 심장이 빨리 뛰고, 다리가 약간 욱신거리는... 나만의 골인 지점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성공했다는, 이겨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윽고  달리면서 보았던 것들이 떠오른다. 줄 지어선 아파트들에 닿아있는 아침 햇빛,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물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오리. 가쁜 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듯 뭔가 모를 감상에 젖어 세상을 활기차게 살아가고픈 마음이 든다. 그 시간이 언제이든 아침이면 하루를 잘 살아가자고, 저녁이면 하루를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해준다. 


오늘 아침에도 러닝을 하고 왔다. 낮보다 사람들이 적었고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만의 골인지점을 찍고 돌아오는 시간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버스가 움직이고 누구는 출근을, 누구는 운동을 또 누구는 벌써 일을 시작했다. 하루가 아쉬운 요즘, 러닝으로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낄 때마다 생각한다. 이 아쉬운 일상들을 어떻게 하면 더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긍정의 기운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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