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한 가을날
약속이 있어
학교 앞에 서 있었다
마스크를 쓴 초등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신체활동 시늉만 하는 아이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나무에 앉은 새는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새는 나무 위에서
나는 낮은 담벼락 너머로
체조하는 아이들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
이미 수업에 빠져든 새는
가끔 나와 눈이 마주쳐도
놀라지 않았다
약속한 친구가 오고
내가 자리를 떠날 때도
새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좋아
배우는 기쁨이 좋아
운동장 어딘가에 둥지를 튼 건 아닐까?
아이들을 좋아하던
영특한 어린 새의 모습이
오래도록
내 기억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