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수 Nov 17. 2020

기억이란 무엇인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기억을 찾아서

커버 이미지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포스터


인간에게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자신의 존재로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한 사람의 살아온 일생이 다 지워져 버린다면?

치매 환자가 날마다 늘어나는 현실은 가끔씩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예전에는 연세 드신 분들에게 찾아오는 치매가 지금은 나이에 상관없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경우도 많다.

유독 기억력에는 자신 있던 나지만 요즘은 자신만만할 수가 없다. 특히 친정 엄마가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고부터는......   

  

부모님을 뵈러 병실에 가면 치매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환자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서인지 눈빛이 허공을 보고 있거나 무표정한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들의 기억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유아기일까? 사랑을 속삭이던 인생의 황금기일까? 고귀한 출산의 순간일까? 가슴 벅찬 자녀들의 결혼식일까? 손자 손녀를 품에 안던 감동적인 순간일까? 직업으로 얻은 성과를 획득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순간일까? 세계 여행을 다니던 빛나던 휴식기인가?

내 생각으론 치매 환자들의 기억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나, 충격을 받은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어떤 환자는 나를 언니라 부르기도 하고, 아직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지 묻기도 한다. 환자 보호자를 엄마, 아빠라 부르기도 하고, 자신의 나이를 10대나 20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전에 멋쟁이라고 불리었을 아름다운 할머니는, 다른 환자의 남자 보호자가 오면 응석을 부리며 “오빠, 손 잡아줘요.”하기도 한다. (부모님은 같은 병원에 계시는데, 아버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엄마 병실에 들어가기를 힘들어한다.)

그리고 아픔을 겪은 듯한 환자는 굉장히 폭력적이기도 한다.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병실을 위협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아주 순해 보이는 환자를 때리기도 한다.(이런 환자의 경우 다른 병실로 격리된다고 함.)

나는 의료진이 아니라 환자분들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병원을 드나들면서 혼자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다.


다행히 친정 엄마는 잘 웃으시고 폭력성이 없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자꾸 내려오려고 해서 긴장되는 순간이 많았지만, 유쾌함 덕분에 간병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쯤에 멈추어 있는 걸까?’

엄마의 기억이 화양연화라는 말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위시한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입니다. 치매는 일단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 외인에 의하여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을 말합니다. 치매의 원인 질환으로는 80-90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원인 질환은 ‘알쯔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그리고 ‘루이체 치매’입니다.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많이 생기며, 현재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인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신경 질환입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치매 [dementia]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억’은 문학과 영화의 주제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기억을 다룬 영화는 메멘토, 첫 키스만 50번째, 어웨이 프롬 허, 스틸 앨리스,

이터널 선샤인, 더 기버-기억전달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내 머릿속의 지우개, 그대를 사랑합니다. 기억의 밤, 살인자의 기억법, 결백 등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기억을 색다른 시각으로 묘사한 참신하고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였다.     



출처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포스터


어릴 적에 부모를 모두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키우는 작물로 우려낸 차와 마들렌 빵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며 성장하게 된다.
출처 : 위키백과     


영화 포스터와 스틸 사진이 너무 선명하고 예뻐기도 했지만, 비밀정원의 정체도 궁금했다.

‘사람은 자기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폴은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아빠가 예쁘고 다정한 엄마를 때리는 장면만 크게 부각해 기억했다. 계속 같은 생각을 되풀이하면서 폴에게 아빠는 폭력적인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슬픈 기억 때문에 말을 잃고 살았다.

그런 폴이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비밀의 정원에서 그녀가 키운 차와 마들렌을 먹으며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잠에서 깨어난 폴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폴이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걸 안 프루스트는 돌아가고 싶은 시절의 물건을 가지고 오면 그 시절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폴은 돈을 내고 비밀정원에서 만들어진 홍차를 마시고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폴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는데, 음악을 전공했던 외갓집은 폴이 음악 관련 일을 하기를 원했다. 특히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했지만 엄마만큼은 폴이 하고 싶은걸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잠을 깬 폴은 요일과 시간을 정해 놓고 프루스트의 집을 계속 찾아간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면서 폴은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지만, 프루스트의 집을 드나드는 사실을 알게 된 이모님들이 프루스트를 찾아가서 머리채를 잡고 정원을 엉망으로 만든다.

폴이 피아니스트 대회에서 1등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프루스트를 찾아갔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어느 날 프루스트는 집에서도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홍차를 선물했다.

직접 홍차를 끓여 마시고 기억 속으로 빠져들던 폴은, 부모님이 부실공사로 인해 떨어져 내린 피아노에 깔려 죽음을 맞이함을 알게 된다.


인생 전부를 피아노를 치며 살아온 폴이 피아노 때문에 보모님이 돌아가심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마지막 홍차를 마시면서 폴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직업이 쇼맨으로 프로레슬링을 함께 연습하던 장면을 지금껏 폭력 장면으로 기억하면서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암에 걸린 프루스트가 죽고 수목장을 찾아간 폴은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우쿨렐레를 두고 오려했다. 그러나 굵은 빗줄기로 우쿨렐레가 저절로 연주되는 걸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었던 우쿨렐레 강사를 시작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폴이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한말은, 잘못된 기억으로 가장 싫어하고 증오했던 말 “아빠”였다.

프루스트라는 인생에서 귀한 사람을 만나 잘못된 기억을 되돌려 새로운 인생, 행복한 인생을 시작하게 된 폴은 행운아였다.     


‘사람은 자기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기억을 잃거나 잘못된 기억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면......

‘기억의 꽃밭’에 아름다운 꽃들을 많이 심고, 잘 가꿔둬야 할 것 같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이전 15화 김민철 <문학이 사랑한 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