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였다면 좋겠다.
"그냥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뭔가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나의 모든 걸 아는 게 아닌데 어떻게 날 좋아할 수가 있어요?
혹시 나한테 기대하는 어떤 모습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있다. 니체의 책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을 자기 방식대로 오해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누군가의 눈에 담이씨는 페르미나 다사일 테고 그건 결코 오해가 아니라는 거죠.
페르미나 다사.
고전 소설 주인공이에요.
그녀는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구두가 딱딱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왜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감슴 설레어하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그녀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혹은 황금 같은 미소를 지을 때에도 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스무 살.
연애를 시작하기 딱 좋을 시절.
그 시절의 나에게는,
누군가의 나를 향한 고백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냥 너라서 좋다'는 무해한 문장조차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단박에 좋아할 수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 속 첫사랑의 주인공들은 모든 것을 다 내어 줄 만큼 사랑에 빠지던데, 나의 어떤 순간을 떠올려봐도 그런 사랑을 만들어낼 시간이 있기나 했을까 의심되었다.
나는,
아마 나를 오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오해가 풀리는 순간 신기루처럼 떠나갈 사람들이라며 혼자서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먼저 생각하면서 곁을 내어주지 않았더랬다.
그렇게 철벽을 치다가, 결국 나는 누군가의 첫사랑이 될 기회를 잃고 말았다.
이유도 묻지 않고, 조건도 달지 않고 '너라서 좋은' 사랑은 아무 때나 주어지는 사랑이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인생에 처음이라는 주인공이 된다는 건,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참 부러운 일이었다.
첫사랑이 유난히 많은 이야기로 남는 이유는, 처음 하는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서툴기 때문이지 싶다.
처음 만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무방비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도 서툴고 표현하는 것도 서툴러서, 미안하기 그지없는 사랑이기 쉽다. 손해와 이득을 계산할 줄 몰랐고 상처 입어도 마음이 먼저 달려가는 기이한 감정 앞에서 나는 나를 지킬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나의 모든 것을 무한히 퍼주게 되던 나를,
그때의 용감하고 무모하기까지 했던 나를,
그렇게 생소한 나와 처음 만나던 그 시절을,
누구나 갖고 있기에, 또 누구나 떠올리는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모두가 그리워하는 첫사랑은, 첫사랑의 상대를 그리워한다기보다 사랑 앞에 무방비던 순수했던 나를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첫사랑을 사랑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이유는, 모든 걸 감수하면서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나'가 사랑했던 방법을 처음 배운 거라서 가장 순수했기 때문일 거다. 혹은 그때만큼 모든 걸 다 내어줄 용기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때가 나의 최선이고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무 살에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은 순간이고 진심이니, 다정한 그들의 첫사랑이 되길 바란다고.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그때뿐이고 너도 누군가의 '페르미나 다사' 일 테니, 그 무해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볼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https://youtu.be/eOlWQ6r5CLA?si=aKcUzQeI7LrskpK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