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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Dec 14. 2023

변화에 편해지려면, 약간의 변주가 필요해

자폐 아이에게 피와 살이 되는 실전공부♡3탄

예전보다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아이는 긴장한다.


사람이든, 장소든, 날씨든,

사소한 변화에도

아이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집이나 교실에 가구 배치가 바뀌어도,

같은 방인데도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벽이 있어도,

작은 학교라 친구들은 같고 교실과 담임 선생님만 바뀌는 것도,

일 년에 대여섯 번 보는 친척동생이 놀다가도

아이는 낯설어했다.


처음에는 몰랐다.

아이가 손톱 주변 뜯어, 피가 나서 엉망이 되었고,

잠을 못 자고 뒤척거렸고,

방구석에 들어가 보던 책들만 넘기는 것을 보며

뒤늦게 알았다.


아이가 불안하구나.
긴장하고 있구나.


아이가 불안하단 걸 인식한 순간부터,

우리 부부는 더 불안해졌다.

약간의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걱정부터  사서 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불변하는 생활이 아닌,

변하는 일상에 대해 편안함을 갖는 것이었다.


갑자기 온탕에 온몸을 담그면 뜨거움에 몸서리치며 나오지만

발부터 천천히 담그면 뜨거움이 견딜만한 따뜻함으로 느껴져 몸을 담그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에게 두 가지 다 필요했다.

정해진 루틴

그리고 변칙적인 이벤트


아이에게 말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일상을 알아보기 쉽게 알려주었다.

정해져 있는 스케줄이라고 해도 아이 입장에서는 사뭇 일방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외출 코스와 방법은 다르게 했다.

어느 날은 시내버스, 어느 날은 기차, 택시, 자가용, 도보, 자전거.

매일 가는 편의점, 놀이터가 아닌 새로운 곳을 찾아내서 갔다. 동네 산책 코스도 이쪽저쪽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갔다.

스포츠 경기도 보고,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전시축제도 가고, 여행도 가고, 온갖 것을 잡다하게 해 보았다


잘되고 안되고는 둘째로 고민할 문제였다.

변화는 있으면 안 되고, 나쁘고 힘든 게 아니라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고 괜찮을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경험상 현재 스코어로는

예측 불가능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는 여행을 힘들어하면서도 고대하고

(여전히 잠자리 낯은 많이 가린다)

새로운 경험을 반긴다.


자폐 중증인 탓에 외부체험을 걱정하셨던 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 처음 가는 장거리 서울여행에서 평소 모습보다 잘 지내고 즐기는 모습에 놀랐노라고 하셨다.


아이와 내가 한 노력이 결코 아무것도 아니지 않았구나 느낀다.

아이에게 변화의 탄력성이 필요하다.


3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변화의 탄력성을 조금 더 키워볼 때다.


탈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탈 것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부터 하면  반발도 적응시간도 줄어드는 건 당연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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