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속 또 다른 나
누군가들의 소리를 듣다 보면
그들의 음성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전화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담긴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에서는
지난날 날 섰던 나를.
퇴근길 옆자리 행인의
축축한 슬픔이 묻어나는
술 섞인 혼잣말 속에는
지난주 드러누워 푸념하던 나를 들었다.
빛 좋은 공원 아래
손잡은 노부부의 따뜻한 대화 속에선
앞으로 다가올 화창할 나를 듣는다.
다른 이들도 나의 일상 속 음성을 통해
이미 지난 그들과
앞으로의 그들 음성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