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기록 (겨울의 기록)

2024.02.

by 강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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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치솟는 성질과 우울한 성질을 함께 가졌다.

그래서일까. 중간 없이 극과 극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미지근한 온도를 찾아 헤맨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중간 지점.


‘중간’ 그 어딘가를 찾아간다는 게 내가 가진 극과 극의 성향을 지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너무 강한 것은 부드럽게, 너무 어두운 것은 밝게 조절하며 적정 온도를 만드는 것.

그게 결국 나를 부정하거나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길이라 믿을 뿐.



2.3

마음이 바라는 날까지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

주어진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자유를 찾을 수 있는 능력.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찾아가는 방법.

이 모든 게 ‘여행’이 나에게 알려준 선물이자 깨달음이 되었다.


덕분에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세상을 세심히 구경하고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일상의 삶 또한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까지 챙기고 있으니

매일같이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여행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 반대편으로만 떠나려던 욕심에서 좀 더 깊은 여행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요즘.



2.5

그러고 보니 썩 무사하고 괜찮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직 이 계절이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토록 조용하고 무탈한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조차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긴다.

내면이라 착각했던 무언가를 다시 한번 바라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여전히 몸과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 같다.



2.6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을 오랫동안 지고 산다.

가만히 놓여있는 순간을 원하고 좋아하면서도.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


어느 날 문득,

진짜로 ‘원하는’ 것과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을 종이에 써 보았다.

전자는 이상적이지만 늘 마음에 남아있는 것들이었고,

후자는 현실적이지만 늘 마음을 무겁게 하거나 답답하게 하는 것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 무작정 이상만 외칠 수는 없기에 끊임없이 타협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써 내려간 문장과 단어들 사이에서 어떤 것들 지켜내고,

어떤 것을 과감히 떠나보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필요해서 마주하고 있을 당장의 것들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진짜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를 놓치진 않기를.



2.7

톱니가 다른 것들을 일직선 상에 올려 두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 괜한 의미를 부여하고, 조금이나마 가치 있기를 바라면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낸 조화라는 굴레가 나와 주변을 삐걱이게 한다.

사실 완벽한 조화는 없다. 조화롭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들에 힘이 있을 뿐.


무언가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날들이 생겼다.

때로는 분리된 시선으로 나와 타인을 바라본다.

그로 인해 오히려 조화로운 삶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배우며.



2.8

난로와 위스키가 아니었다면 이 계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한껏 움츠러든 몸과 마음, 흔들리는 날들까지.

그럼에도 무사히 흘러왔음에 감사할 수 있는 건 따뜻함을 안겨주는 것들 덕분이리라.



2.10

노동의 본질은 대체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부터 지칭되기 시작하여 지금의 노동까지 온 것일까.

노동을 하며 본래의 성질보다 유순해지거나 행복해진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없던 불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집단주의 속 스트레스와 그 안에서 돌고 도는

날이 선 생각과 상황들은 어딜 가나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동을 한다.

어느 날 친구에게 노동의 의미를 물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돈 버는 행위’라 한다.

내가 가진 의미와 정반대에 가까워 놀라웠다.


그동안 노동에 너무 많은 기대와 의미를 부여했던 걸까.

의미를 부여할수록 노동에 얽매이고 잠식되어 왔음을 알게 되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2.11

정리와 나열.

사람과 물건.

개인과 집단.

익숙함과 서툰 것.

끼니와 간식.

소음과 고요.

너털웃음과 짜증스러운 대화.

여유와 조급.


한 장소 안에서 이토록 극단적인 것들을 한 번에 보고 듣는 것도 놀라운데

그 안에서 묵묵히 직진하는 나의 노동성도 새삼스럽다.

따뜻함과 치열함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노동의 장.



2.12

뭐든 잘 해낼 것만 같던 어린 시절을 지나 뭐든 삐걱이는 시기.

이미 그런 시기와 상황을 수차례 겪어왔을 아빠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오늘따라 마음에 턱 하니 박힌다.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려웠던 것도, 복잡했던 것도 다 수월해지더라.”


언젠가 수월해진다는 말이 위로가 되는 밤.

세상엔 여전히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버벅거리는 일도 많지만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이미 익숙해져 수월해진 일도 분명히 있다.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저 드러날 타이밍에 마음컷 내놓기 위해 조용히 품고 있음을 기억하자.



2.13

별이 쏟아진다고 감탄 어린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아빠와,

과식하지 말라며 곶감을 세 개씩 소분하여 떠나는 딸의 짐가방에 넣어주는 엄마.

이보다 더 큰 사랑을 바랄 수는 없을 정도로 두 분의 행동엔 늘 진심 어린 사랑이 담겨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 좋은 사람.


-


매번 눈앞의 모든 것을 사랑해 보자 다짐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미루거나 아끼지 말고 사랑해야지.

오랜만에 발견한 손톱달도, 조금씩 풀려가는 날씨도,

하나둘씩 온전히 나를 위한 것들이 많아져 가는 요즘의 시기도,

스치는 마주하는 어느 손님들과 데면데면한 동네 사람들도.

주어지는 크고 작은 상황들도.

단순하게 그냥 다 사랑해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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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공허함과 약간의 우울을 안고 딱히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누군가는 몸을 덜 고생시켜서 그런 거라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다 지나갈 생각들을 붙잡고 있어서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라고 모르겠는가.

알고 있음에도 그 흐름에서 자꾸만 벗어나거나 표류하는 것.

그럼에도 나아가는 우리는 정말 멋진 게 분명하다.


스스로의 개성과 에너지를 살아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정비하는 시기.

속도나 모양새에 개의치 않는 시간과 과정들.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가면과 텁텁한 생각 주머니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2.16

최소한 혹은 어떠한 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일치하기 어려운 각자의 기준들.

결국 내 기준과 타인의 기준이 멀어지고 나뉘는 순간

저마다의 인내와 이해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2.17

뱉어야 할 때 뱉지 못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 곳곳에 먼지처럼 말과 생각이 쌓여 쓰일 타이밍을 놓친다.

그러다 엉뚱한 타이밍에, 엉뚱한 사람에게 두서없이 쏟아지기도 한다.

보이진 않아도 그렇게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엔 너무 많은 오만과 실수가 섞여있다.



2.18

우연한 기회로 지역 청년 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양극화의 감정이 진하게 다가온 날.


개인과 공동체.

기성세대와 청년.

현실과 이상.

자본과 자유.

노동과 휴식.


끊임없이 논쟁화될 수밖에 없는 주제들로 가득한 시대에 태어나

내가 원하는 방향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질문해 본다.

목소리를 내야 함에도 외면하진 않았는지,

그렇다고 겨우 한 발짝 다가선 고요함과 평온을 깨 버리며 투쟁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2.19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되도록 재밌거나 신나는 것을 봐야겠다는 다소 싱거운 다짐.

밤새 꾸는 꿈의 장르가 확실히 달라진다.

스릴러를 보다 잠들면 스릴러가 이어지고,

모험담을 보다 잠들면 모험이 이어진다. 나만 그런 걸까?



2.20

조금 혼란스럽거나 차가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나와 누군가에게.


그럼에도 나는 너를 가장 사랑하고, 끝까지 잘 지켜줄 거야.

지금의 흐름을 조금만 더 편하게 받아들이자.

어느새 다시 찾아올 너의 따뜻한 시기를 위해 잠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거야.

너무 깊지 않은 동굴 입구에서 나갈 준비를 하며 심호흡하고 있을 뿐이야.



2.21

하나의 결과 혹은 어떤 그림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 과정들이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조급해봤자 그건 오로지 내 기준일 뿐.


‘!’의 행방을 ‘?’로 채우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와중에 잘만 흘러가는 시간에 약간의 허무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2.22

비우고, 내려놓고,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큰 에너지와 만족을 안겨준다.

그러나 말과 글에 얹어지는 것들 중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르겠다.

또다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길 바랄 뿐.



2.23

“ 너무 행복해서 다시 가고, 왔던 길을 또 가고,

좋아하는 것을 했을 때 너무나 행복해하고,

때로는 그걸 하지 못해 너무 힘들어하고.

그래서 또다시 노력하고.

그럼에도 한 번의 행복과 기쁜 순간을 위해 견디고 나아가는 딸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결국 우리의 인생이고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


어느 날 문득 날아온 아빠의 메시지.

일이 유난히 바쁜 와중에 문득 들었던 생각을 보내셨다는데

떨어져 있는 시간과 거리가 무색하게 나의 삶을 찬찬히 지켜보고 계셨다.


언젠가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 매일을 참고 나아가는 삶.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스스로 괜찮다고 세뇌시켰지만 견디고 있는 게 맞았구나.

그리고 이젠 그걸 내려놓기 위해 움직이겠구나.라는 것을 강렬히 느낀 날.



2.24

마음조차 내 것이 아닌 듯하여 겨울의 막바지까지 추위를 알차게 느낀다.

이 자리 안에서 마음을 깨닫고, 몸을 눕히기엔 여전히 부족한 걸까.

뚜렷하지 않아 몽롱하면서도 느슨한 시기.



2.26

솔직할 것.

내 상태를 가장 먼저 체크할 것.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할 것.

고요함 속에서 나를 찾을 것.



2.29.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귀한 날짜)

내 안에는 수없이 많은 긍정적 기운들과 틈만 나면 그것을 흔드는 기운이 공존해서

몸과 마음을 체크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필요했다.


좋은 에너지가 있는 곳에서 요가 수련을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흘러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내버려 둘 것.

좋아하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만끽하는 것.


드디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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