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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국민 교육 헌장

by 강흐름

‘국민 교육 헌장’을 억지로 외워야 했던 그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아마 내가 국민학교 2-3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내용의 일부분이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창조의 힘, 개척의 정신, 자유와 권리, 자유세계의 이상 등이 뒤에 이어졌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때 당시 겨우 9살 혹은 10살 정도였던 어린아이에게 이걸 강제로 외우게 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히는 일이다.

그 시절의 9살 꼬마에게 민족 즉흥, 역사적 사명과 자주독립, 창조와 개척, 경애와 신의는 도대체 뭐였을까. (대체 뭣이 중헌디?)

더하기 빼기 외우기에도 버거운 어린아이들에게 그때는 그랬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단어를 목숨 걸고 외울지언정 이런 헌장은 보지도 듣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회적 문제가 될 문장들이 아닐까.

오랜 친구에게 이 헌장을 한번 외워보라 했더니 기가 막힐 정도로 전부 다 외우고 있다. 그때가 언제 적인데!

머리에 든 게 없어 이걸 다 기억하냐며 농담을 던졌다.

산골 마을에서 오죽 할 게 없어 이걸 다 외웠냐면서.

사실 이 친구는 머리가 상당히 좋은 친구다.

그의 고향에 요즘처럼 학원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크게 될 인물이었을 거다.

두뇌가 빨리 회전하고 유머 감각도 좋아 사실은 존경스럽다.

나보다 몇 살 아래인데 어느 때는 세상을 나보다 더 많이 이해하는 것 같다.

한글 깨치기에도, 더하기 빼기에 영어까지 배우기도 바쁜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더 이상 이런 걸 강제로 외우게 하는 어른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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