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이 끝난 어느 오후, 친구 6명과 학교 아래 혜화동 주택가 외진 골목길에서 놀다
나만 선생님께 붙잡혀 엄청 혼난 기억이 있다.
담배가 문제였다. (사실 나는 담배를 고등학교 졸업식 날 배웠고 그 당시 피지도 않았다.)
그 친구들과 나는 약 100m 정도의 거리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나타나면 즉시 연락을 보내기로 했다.
학창 시절 내내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그중에서 달리기가 제일 빨랐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오지 않길 바랐던 선생님을 발견했다.
놀란 나는 몇 번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냅다 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다 나의 그 이상한 소리에 눈치를 채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결국 선생님에게 붙잡혔다.
골목 사이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호통이 들려온다.
“너 이리 와! 저쪽에 있던 놈들 다 어디 갔어?”
“저 혼자인데요.”
“이놈 봐라? 너 가방 열어봐!”
나는 가방을 열었다. 담배는 하나도 없었다. 피우지 않을 때였으니까.
선생님은 가방과 옷을 샅샅이 뒤졌지만 깨끗했다.
“이놈 이상한데. 너 담배 피우지?”
“저는 담배가 뭔지 모릅니다.”
“저쪽에서 도망간 놈들은 몇 명이야! 빨리 이름 대봐라!”
“저 혼자고 누구인지 모릅니다.”
“너 끝까지 이럴 거냐? 네가 저기 입구에서 망 봐준 거잖아! “
“제가 할 일 없이 거기서 무슨 망을 보겠습니까?”
“너 자꾸 이러면 내일 너희 담임선생님께 인계한다?”
“아니 왜요? 선생님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여기까지 얘기를 하니 선생님이 기가 막혀 웃으신다.
나는 나의 주장을 끝까지 항변하였고, 물증은 있어도 증거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는 CCTV가 있나 핸드폰이 있나 사진으로 남길 수 있기를 하나.
나 혼자 무조건 우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할 수 없이 선생님은 나를 집에 돌려보냈고, 그때부터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웃기는 놈!’이라며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시고는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의리고 영웅심이라고 그랬을까.
몇 시간 후,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처음의 그 자리로 하나둘씩 모였던 것 같다.
의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떡볶이를 쐈다.
그 와중에 그걸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