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소주 한 잔이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
삶의 애환을 이야기하며 웃고 울며 소주 한잔과 함께 마음을 토해낸다.
사회생활에서 버팀목과 가교역할을 해주는 서민의 벗이 아니던가.
불판에서 연기를 내며 구워지는 삼겹살,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광어 뱃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까지.
소주와 참 잘 어울림과 동시에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음식들이다.
국민 1명당 1년 동안 평균적으로 마시는 소주의 양이 무려 53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 목적으로 소주를 마신다면 실로 엄청난 셈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이자 문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요즘은 소줏값이 무서울 지경이다.
식당에서 한 병에 5~6천원에 판매되기 시작한데다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둘러앉아 삼겹살 같은 안주에 소주 한잔 마시며 위안을 받고는 했는데 이젠 어디서
그 위안을 얻어야 할까.
가뜩이나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을 데울 소주 한잔 마시기가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7~80년대에는 동네 한복판 혹은 약간 외진 곳, 또는 점방같은 곳에 우리 세대의 선배들이 자주 들락거리던 선술집과 대폿집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시골이든 서울이든 어디서나 잔술이 술꾼들의 목마름을 달래 주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안주를 시켜 놓고 걸판지게 마실 처지가 되지 못하는 당시의 서민들이 대포 한잔과 잔술로 시름을 달래곤 하였던 것이다. 술을 마시다 옆자리 손님과 동석하는 정이 있었고, 몸은 고달파도 낭만을 즐기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가게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요즘은 세련되고 멋진 곳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선술집이나 대폿집을 모를 것이고, 소주나 막걸리를 잔으로 판매하던 풍경 또한 모를 것이다.
언제부턴가 잔술은 위생 등의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었는데 최근 정부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잔술 판매를 허용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와 같지 않아 여러 문제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내심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