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함과 차분함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처럼 길을 잃고 갈팡질팡 할 때가 있다.
(어쩌면 자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기가 오면 누가 뭐라 해도 조급함과 불안함에 빠져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댄다.
굵직한 일들은 해가 지날수록 많아지고,
그만큼 중요하게 선택하고 움직여야 할 일도 자꾸만 쏟아진다.
하나씩 차분하게 해 나가면 되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우물에서 허겁지겁 물을 퍼올리고 있는 스스로를 목격하기도 한다.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머릿속으로 우물 대신 계단을 오르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1층,
잠시 후엔 2층,
시간이 좀 더 많이 흐르면 10층, 11층으로 이어지는 안내판이 보이겠지.
굳이 두세 칸씩 무리해서 뛰어오를 필요 없는 그런 계단을 나의 계단으로 골랐다.
적당한 만큼의 힘을 실어 한 칸씩 오르다
가능한 만큼의 힘을 실어 두세 칸씩 오를 체력을 기다리는,
열심히 오르다 복도 한쪽에 앉아 쉬는 것을 반복하더라도
여전히 단단한 계단을 나의 계단으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