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이 조언
단언컨대 아무리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의 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 힘듭니다. 아무리 겸손한 사람도 남이 지적하는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실수나 단점을 인정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도 그 친구가 굳이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것에 조심스러워합니다. 그것이 그 친구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이며, 더구나 그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지라도, 섣불리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서로 평상시 자주 어울리며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일지라도, 이상하게도 상대방의 진로선택에 대해서는 서로 쉽게 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 많아도 그 사람이 듣기 거북할 수 있는 말은 웬만하면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나에게 조언을 해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동굴입니다. 외롭고, 힘들고, 상처 받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위로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엇인가 조언을 하는 것이 불편해서 피하게 되고, 재미있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만 어울리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더 자신만의 동굴로 깊이 들어갑니다.
힘들수록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자신이라는 동굴에서 나오지 않고 지내면서 점점 현실감각을 잃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는 그 동굴에서 스스로 나오기가 힘들게 됩니다. 그리고 영영 길을 잃게 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사람을 현실로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도저히 해결하기 힘든 상황까지 문제를 끌어안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중요한 결정의 시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서라도 그 동굴에서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찾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일 어울리고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더라도, 정작 우리가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에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만 가려서 사귀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인생의 진지한 조언과 때에 따라서는 따끔한 지적을 해 줄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같이 어울리고 즐겁게 지내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같이 고민하면서 상대를 위해서 불편한 말이라도 서슴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말에 우리는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하는 돌탑처럼 서로의 신뢰관계가 쌓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그런 조언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교류를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A는 대학 4학년생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별로 집에는 있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 가깝게 지내는 몇몇 친구들과 어울리며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에 대한 압박감은 커졌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4학년이 되었습니다. A도 그렇지만 매일같이 어울리는 친구들도 나름대로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다들 어려운 형편에서도 공부를 하기 위하여,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서로 외롭고 힘들 때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졸업이 다가올수록 취업이라는 현실이 점점 다가오게 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아도 마땅히 뾰족한 생각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도, 마땅히 뚜렷한 계획도 없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취업과 관련해서 주변에서 듣는 말들은 죄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초조한 마음 때문인지, 자신에 대해 가족이나 친척들이 하는 소리들이 모두 야단치는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무슨 시험을 준비한다고 학원을 등록을 합니다.
친구들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A는 이제 혼자 남은 기분입니다.
가끔 집에서 나와서 카페에 앉아 막연히 노트북을 펴고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고 있지만 취업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A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 일 것입니다. A는 평상시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 계속 시간을 보내면서 막연히 취업이 되길 기대한다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만 따를 뿐입니다.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냥 행운을 바라며 길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자신들이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경험하는 일들은 이것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경험들의 연속입니다.
이 세상의 사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사는 방식과 모습이 다양합니다. 선택 가능한 방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사막처럼 광활한 사회에서 길을 잃기도 쉽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잘 모르고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지도 잘 모릅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무모하리 만큼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진로선택에 있어서 막연한 기대감만큼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어떡하든 되겠지’ 하는 생각은 아무것도 결국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뭐라도 해봐야지’ 란 생각이 우리를 일어서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 또한 확고한 결단과 정보수집 없이 막연한 기대로 그냥 해보는 정도의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그 일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무모하리 만큼 뛰어다니며 알아봐야 합니다. 자신의 장래가 걸린 일에 ‘적당히’란 어울리지 않습니다.
A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의지하고 지내는 것은 좋은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친구 하나가 과감한 도전을 촉발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까지, 다들 도전과 변화에 무딘 상태로 머물러 있게 됩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 하나가 무엇인가 먼저 나서서 실행하기 전까지는 다른 친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어느 심리학 실험에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방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게 하고, 방안으로 연기가 들어가게 합니다. 그 방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주최 측에서 미리 짜고 들여보낸 연기자들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연기자들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보고도 별일이 아닌 듯 자신이 하던 일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소수의 관찰대상자인 사람들은 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도 별일이 아닌 듯이 연기가 자기 발 밑까지 치오르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한 명이 “이거 불난 거 아니야?”라고 외치며 뛰어나갑니다. 그러면 다들 그때서야 놀래서 뛰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비슷한 현상을 실험한 사례는 무척 많습니다. 동조현상이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의 일상적인 활동범위는 나만의 안전한 성과 같습니다. 이 성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우리는 편안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가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습니다. 과감하게 자신만의 성을 허물고 넓은 들판으로 뛰어나가야 합니다.
자신이 매우 의지하는 사람들이 도전을 하지 않고 안주하려고 하면 그 영향을 다른 사람들도 받습니다. 그런 영향을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장본인이 우리 자신이기도 합니다.
이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하려고 합니다. 너무 현실적인 말들이라, 시시콜콜해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시도로부터 큰 변화는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꼭 친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진로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모임을 본인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만들어 보길 추천드립니다. 이때는 다 같이 조용하게 서로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합니다.
되도록 식당이나 술집처럼 시끄러운 곳은 피해야 하고, 특히 술을 마시는 자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되도록 익숙한 공간은 피해야 합니다. 오로지 진지하게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이어야 합니다.
모이는 시간을 정확히 정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 지켜야 할 그라운드룰을 정해서 진지한 대화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반드시 주제를 정하고, 대화가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합니다.
주제의 구체적이어야 하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주제는 피해야 합니다.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를 하고, 그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대화를 하기 전에 정할 수 있는 그라운드룰은 예를 들어 이런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평가하지 않는다, 감정적이 되지 않는다, 불평을 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등입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과, 입으로 말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입니다. 막연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점점 그 생각이 구체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한 것을 작은 것부터 실천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낯간지럽게 뭐하는 짓이냐고 웃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서로 이런 일에 겸연쩍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이런 대화를 시작하고 나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진지한 대화들을 할 수 있고, 많은 동기부여를 받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A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A는 어떤 시험에 도전하려고 결심하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학원을 등록하고, 혼자서 공부에 몰두하겠다는 생각에 고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이 지났습니다.
처음만큼의 긴장감은 이제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그냥 무덤덤한 일상으로 반복되는 기분입니다. A는 막다른 골목으로 계속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니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고, 그냥 계속하자니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그동안 어려운 현실을 일단 피하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현실을 마주하기 겁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다른 골목에서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일을 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자신에게 더 이상 쓴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A라는 사람의 주변 사람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저는 여기서 A가 잘못했다는 등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고 거기에는 정답이란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좀 더 A가 보여주는 패턴에서 걱정되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A의 지인들은 A와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A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기에 아무도 A에게 아무도 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A는 점점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진로선택에 있어서,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계속해서 얻는 것과 현실감각을 높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반대로 점점 자신을 이러한 것들로부터 점점 멀리 떨어져 고립되려고 합니다.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면 자신은 책을 마주하고 있지만, 현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침반을 보듯이, 내비게이션을 보듯이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서 계속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눈물이 쏙 날 정도로 뼈아픈 소리를 들을지 언정 객관적인 평가를 받으며 자신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중요한 인생의 시간을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데 소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에게 쓴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냥 자신에게 편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격려의 말들만 들으려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는 것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을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가 벽화를 그릴 때도 어느 쪽이 삐뚤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수백 번도 더 물었을 것입니다. 벽화를 그리는 자는 자신의 그림이 어느 쪽으로 삐뚤어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벽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