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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Feb 14.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42- ### 갱스터와의 만남(2)

### 갱스터와 무시무시했던 첫 만남 후, 다음날이 밝았다. 전기장판의 따뜻함을 좀 더 느끼며 뒹굴거리고 있는데 후배 D가 일어나 거실로 나왔길래 아침 인사도 하고 서로의 잠자리는 괜찮았는지 이야기 나눈다.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약속이나 한 듯이 다른 갱스터들이 거실로 하나, 둘 나온다. 나오는 갱스터들마다 내가 춥진 않았는지, 괜찮은지 물어본다. 이번에는 상냥함으로 혼내주는 작전인 것일까?ㅎㅎ

멍하니 있다가 술은 안 먹었지만 먹은 느낌이니까 라면으로 아침 메뉴를 정했다. 후배 A가 라면 사러 갔다 올 사람 가위바위보를 제안한다. A와 B가 걸렸다. 갱스터지만 무력충돌은 없다. 자신이 제안해 놓고 자신이 걸린 A는 조금 분해했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점퍼를 입는다. 둘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잠시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미 라면이 차려져 있었다. 이런 상냥한 갱스터들… 풀어야 할 속은 없지만 라면을 먹으니 없던 속도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침식사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에 갔는데 후배 E가 나를 말린다.

“안돼, 나는 아무것도 못했단 말이야.”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안돼. 내가 할 거야.”

계속 이렇게 투닥투닥하다가 결국 같이 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어젯밤에도 E와 이랬던 것 같은데…ㅎㅎ 정말 이상한 갱단이다. 아침을 먹고 조금 멍하니 있다가 C가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해서 같이 나가자고 했다. 시간이 12시가 넘었다는 걸 그제야 인식해서 후다닥 집에 갈 준비를 했다. A네 집도 잠시 구경하고 A가 다른 친구를 데려다주는 길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집에 돌아오니 왠지 모르겠지만 저녁이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 갱스터 중에서는 졸업하고 10년 만에 만난 친구도,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 이번에 처음 길게 이야기를 나눈 친구도 있었는데 다들 어제 본 것 마냥 편하게 대해서 고마웠다. 편안함으로 혼내주어 몸 둘 바를 모르게 하다니 역시 정말 이상한 갱단이다. 전에는 선후배였지만 이제는 동료가 된 친구들. 이 친구들과 함께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싸우고, 맛있는 것을 먹고, 보드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조금씩 서로를 단단히 만들어주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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