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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Nov 05. 2019

브런치에 취한 일주일

조회수 너머에  사람들이 있으니


글을 네 개 올리고 브런치 메인에 소개가 되었다.  신기하고 재밌다가, 문득 ,브런치가 열심히 하라고 격려 차원에서 한 번씩 돌아가며 해 주나 싶었다. 조회수가 올라가니 흥분되기도 했지만 이딴 글을 왜 읽어주나 싶어 한 명 한 명이 고마웠다. 조회 수가 그냥 수가 아니라 그 뒤에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눈도 뜨끈 해 질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남의 이혼 얘기를 좋아하나 싶기도 하고, 이혼 얘기를 이렇게 간절히 기다렸나 했다. 글을 한 편씩 쓸 때마다 딸에게 링크를 걸어준다. 매번 응원을 해주며 피드백을 주는데, 대학을 졸업한 딸도 20년 만에 처음 듣는 얘기들이라 놀라움과 눈물, 웃음을 번갈아가며 읽었단다. 딸에게도 못했던 얘기를 작가 뽕에 취해서 브런치에 막 떠들어 대고 있다.


다음 얘기가 궁금하다며, 엄마는 언제부터 그렇게 씩씩했냐고 묻는다. 나는 원래 씩씩한 사람이었는데 결혼이라는 전족에, 혹은 경상도 꼴보수 남자라는 전족에 나를 욱여넣으려니 잠깐 바보로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혼 후 내 생긴 대로 사니 행복하고 감사가 넘친다고 말해 줬다. 즉, 사람은 지 생긴 대로 꼴 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이혼한 거 빨리 마무리 짓고 재혼 얘기로 넘어가 행복한 자랑 좀 하고 싶다고 하니, 딸이 진도를 좀 천천히 빼라며 말린다. 딸도 못 들은 얘기라 듣고 싶단다. 세상에 이혼하고 싶은 여자는 널렸고, 남편이 바람을 피웠지만 참고 사는 여자도 많을 거라고 하면서.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안 후 이혼을 준비하고 실천한 나의 사례는 독보적이라고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 엄마의 브런치 글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아빠가 너무 부끄러워 자랑을 못 한다는 게  안타까워 죽겠단다. 친구 두 명에게 보내 줬더니 경악하더란다.


누가 내 글을 읽을까?  싶어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뽑고, 주제도 계속 이혼 얘기만 하고 있다. 이러다  '임성한'작가 뺨을 후려칠 막장 글만 쓰게 될까 겁이 난다.


자존감 얘기, 내 평생의 고민이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여행자랑 글? 아프리카, 쿠웨이트, 유럽 사진들 넘친다. 겁나 철학적인 독서 얘기, 중학교 때부터 읽었던 지라 어려운 책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나도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글 쓸 줄 알고 심지어  잘 쓸 자신도 있다. 근데 누가 내 의견을 궁금해나 할까 싶어 참는다.


내 글이 '다음' 포털 '홈&쿠킹'에 걸리면서 조회 수가 폭주하는 짜릿한 경험을 했다. 블로그를 할 때 요리를 하시는 분이나, 정리, 청소 잘하시는 분들의 글이 네이버 대문에 걸리는 걸 봤다. 연예인이 되어 티브이에 나온 거처럼 부러웠다. 드디어 그런 경험을 브런치가 내게 안겨줬다.


내 수다가 동네에서 먹히는 로컬인 줄 알았는데 전국구로 내놔도 먹히는구나 하는 뽕이 들어갔다. 내 글이 내셔널 급은 되는 거였어, 하는 우쭐함에 한 이틀간 둥둥 떠다니는 반 실성 상태였다.


이제 몇 만을 찍던 조회 수가 평정을 찾고, 나도  뽕빼고 약기운도 빠졌다. 하마터면 약기운에 직장 때려치우고 글 쓰자고 달려들 뻔 했다. 이제는, 할 수 있구나, 그래 열심히 써보자, 커서 뭐가 될진 몰라도. 이런 맘이다.


내가 겪은 불행도 누군가는 부러워할 지경으로 만들자. 왜냐하면 난 그 파도를 헤쳐 나왔고 그 불행을 겪지 않은 사람보다 나는 간이 커졌으니까.


몇 년 전, 남편과 재혼을 하고 여행을 다닐 때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사연을 어디까지 깔까를. 블로그에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게 다 까서, 친한 블로그 이웃들이 댓글로 당황스럽다고 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포장할 거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글은 내 치료를 위해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서는 긴 글이나, 솔직한 글을 잘 읽지도 않고, 부담스러워한다. 이제 브런치에서 다시 테라피스트를 만나고 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어느 날 사라져도 아쉬워할 사람 하나 없는 잡글을 쓰지만 내 나름 원고 마감 압박을 받는다.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내 불행들은 나의 간을 키웠고 공감 능력을 키웠다는 걸 깨닫는다.참 감사하다. 그 지난 날들이.


          ---이제는 어엿한 구독자 300명을 넘긴 브런치 작가 강다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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