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슈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었다.
사이비에 포교되는 과정을 보면 왜 그토록 황당한 교리에도 못 빠져나오는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전도될 때는 기본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관리한다. 제일 먼저 연결 한 사람이 있다. 주변의 친구나 가족을 본인이 속해 있는 부서의 관리자에게 연결을 시켜준다. 부서에 있는 부서장은, 신입생이 관심 있어하는 악기나 베이킹, 재즈댄스, 캘리그래피 등의 활동으로 연결시켜 지속적인 만남의 구실을 만든다. 이것을 문화 선교라고 부른다.
전도 대상자의 성향에 따라 문화 선교를 하다가 슬쩍 인성 혹은 인문학 강좌에 연결시켜 준다. 그동안의 친분이 있으니 거절을 하기 힘들다. 관심을 보이면 멘토를 붙여 준다고 말한다. 그때 성경 공부를 시켜주는 강사가 붙는다.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쓰는 재정 후원자도 있다. 성경 공부를 시작하는 순간 온 교회의 재롱둥이 신입생이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신입생에게 온 교회 사람들이 붙어, 예쁘고 멋있다며 칭찬을 해 주고 밥과 선물을 준다. 행여 의심스러운 기색을 내 비치면 말발로 후리는 경력 있는 전도사가 집중 관리를 한다.
연결에서 성경공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진로나 가정사 상담을 해 주며 '친밀감'을 쌓는다. 교회 사람들로부터 전에 없던 '경청'과 '공감'을 경험하는 동안 신입생은 마음이 다 녹아진다. 이때부터는 슬슬 교주 우상화 작업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 교주 우상화에 빠지면 교주가 직접 설교를 하는 예배에 참석을 하게 된다. 교주의 설교가 발음을 알아듣기도 힘들거니와 수준도 떨어져 상당히 실망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의 믿음이 부족한가 싶어 자책을 한다. 그만큼 빠져 있는 것이다.
사람은 판단을 할 때 감정을 먼저 작동한다, 감정이 움직인 후에 논리적 사고를 한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도 좋은 감정을 가졌던 기억이 먼저였으면 바꾸기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의 인성이 안 좋다는 걸 알아도, 한 참 후에 뒤통수를 호되게 맞아야 생각을 바꾼다. 하물며 그 사람이 좋다고 여기저기 칭찬을 하며 다녔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다고 인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이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치도 이와 비슷하다. 평생 동안 가족에게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친밀감'을 사이비 신입생 때 받는다. 신입생 때의 좋은 감정은 나중의 어떤 비이성적인 교리에도 꼼짝을 못 하게 하는 올가미가 된다. 자기를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던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깨지 못하고 종으로 사는 것이다. 신입생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착하고 사랑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 '감정 노동'을 하는 것이다. 신입생이 더 이상 교회에 다니기 싫다고 돌아서면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본성을 드러낸다.
사이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동선을 숨기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비난을 한다. 나는 그 사람들이 밉기보다는 안쓰러운 맘이 더 크다. 온 국민의 미움과 저주는 교주를 비롯한 핵심 우두머리들에게 가야 마땅하다. 그들의 권력과 물질에 대한 탐욕이 조직이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신도들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직도 J*S에 있었다면 나도 31번 확진자처럼 행동했을지 모른다. 천안의 슈퍼 전파자를 보니 뒷목이 서늘해지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교단으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자기의 회복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조직에 불명예를 준 자기를 탓하고 있을 것이다. 그 환자의 입장이 '나' 였을 수도 있었던 것에 아찔하다.
사이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친구나 가족에게 사이비에서 주는 것보다 강하고 지속적인 '경청'과 '공감'을 주는 것 밖에는 없다. 현재 내 남편이 나에게 3년간 그렇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공감'과 '환대'를 해 주고 싶다. 남편이 나에게 내가 다니던 사이비를 욕한 적도 없고 이상하다고 한 적도 없다. 오직 내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준 것이 다 인데도 사이비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얼토당토않은 사이비 수렁에서 나올 때 손을 잡아당겨 주면 쑥 나올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고소가 들어 올 각오를 하고. 이미 안티 J*S 카페 활동으로 몇 번의 협박을 받았다. 그 속에 있는 내 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안타까워 글 쓰는 걸 멈출 수 없다.
https://brunch.co.kr/@red7h2k/29
https://brunch.co.kr/@red7h2k/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