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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Feb 08. 2021

울게 하는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순돌이는 오랜만에 나를 만나면 꼬리가 부러져라 엉덩이를 흔들며 달려온다. 내가 안아 주든 말든 가까이 와서 킁킁 냄새를 맡으며 놀아 달라고 낑낑거린다. 안 놀아 주면 왈왈 호통치고. 순돌이는 간식 앞에 자존심을 일찍 퇴근시킨다.(순돌이는 원래는 자존심 센 강아지다.) 그리고 그것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먹어!"를 기다린다. 순돌이는 사랑에 부끄러움이 없다. 무서워도 숨기지 않고 온몸으로 떤다.



내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날것들'을 떠올려 본다. 출근하는 엄마를 울면서 어디까지나 쫓아가고 혹부리 할아버지의 혹을 만지던 천진한 아이. 귀에 단 노래를 따라 자주 길을 잃고 사촌 오빠를 따라 서서 쉬를 했던,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뽀뽀를 해대던 통통한 꼬마. 그것보다 더 오래전,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탱글한 과육을 껍질째 베어 물고 알몸으로 볕을 쬐던 여자.



시간에 맞춰 먹이를 먹고, 정해진 장소에 배설을 하는 순한 짐승으로 길들여지는 동안, 그 여자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잃었을까.




사랑하는 것에 너무 많은 이유가 있어야 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나를,

꽃처럼 예쁜 노랫말과 복숭아 같은 목소리가  울려 버렸다.


https://youtu.be/lykgBG6yhpM



들리는 가사가 툭 건드려 재생된 내 머릿속 영상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쉽게 서로를 읽고 서로에게 읽혔던, 벚꽃 잎이 부푼 마음처럼 날리던 예쁜 봄.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큰 손 안에 작은 손이 들어가고, 숨은 이마를 보려고 날리는 앞머리를 귀에 걸었던 따뜻한 손.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초라해도 놓지 않던 손.

어두워도 서로를 품었던 많은 밤들.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주저하는 마음이 등을 돌리고

주저 없던  마음을 그리던 쓸쓸한 밤들.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멀리서 나를 향하던 걸음.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쬐며 쓸쓸하게 식은 마음을 오랫동안 녹였던 꿈같은, 다시 봄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미루진 않을래


이유 없이 활짝 피었다 지는 꽃들과 언제까지고 다시 품을 날을 기다리는  나무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곁을 보니

나무 같은 너도 울고 있다.


이것만이,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몸에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처음으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을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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