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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시한 시 10화

맞잡은 두 손사이 흐르는

by 홍혜성

나의 오른손 너의 왼손

나의 다섯 손가락이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너의 다섯 손가락


깍지를 끼고

정오부터 정오까지 종점에서 종점까지


열손가락사이에서 땀이 차기 시작할 때

나는 네가 먼저 너는 내가 먼저

손을 놓기를 바라기만 했지


서로를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손을 잡고 등을 돌리고 다른 방향으로 걸으려 만 했지


‘자 그럼 우리 동시에 손을 놓자’

‘그래, 하나 둘 셋’


쩍 하고 갈라지는 다섯 손가락과 다섯 손가락엔

검은 땀이 말라 가뭄의 논처럼 갈라진다

아니, 다시 보니 붉은 피가 말라 비린내를 풍긴다


맞잡은 두 손 사이에서 땀일 줄 알았던 액체는

누구의 혈관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붉은 피

누구의 것인지가 중요한가? 이미 떨어져 버린걸


‘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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