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배려하는 것
이상하게도 가까운 사람 앞에 서면 고개가 자꾸 옆으로 돌아간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마치 몸이 먼저 반응하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피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을 때, 숨이 섞이는 그 짧은 순간이 두려워진다. 혹시 내 입에서 냄새가 나면 어쩌지—그 생각 하나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 내가 가끔은 서운하다. 예전엔 사람들 앞에서 더 솔직하고 편했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입을 조심하게 되었고, 시선을 피하게 되었고, 말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속상한 건 이성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내 모습이다. 마음은 가까워지고 싶은데, 몸은 멀어지려 하고, 결국 내 안에서도 거리감이 생겨버린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저 내 냄새에 대한 불안 하나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유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입냄새는 충분히 민감하게 다룰 만한 문제다. 냄새는 순간적으로 관계의 온도를 바꾸기도 하고, 아직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거리감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그만큼 민감하고 복합적인 요소인 셈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라도 비슷한 상황이면 충분히 예민해질 수 있다.
입냄새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신체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이다. 불규칙한 식사나 공복, 긴장감, 그리고 건조한 입안은 모두 입냄새를 쉽게 유발한다. 특히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는 대화 거리나 상대의 표정에 따라 내가 느끼는 불안감도 훨씬 커진다. 그 순간의 민감함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섬세한 감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만의 작은 준비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혀를 천천히 움직인다. 몇 번 깊게 숨을 들이쉬며 긴장을 풀고, 입안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며 ‘오늘은 언제가 가장 불편했지?’라는 생각을 짧게 적어보기도 한다. 그 기록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패턴이 보인다. 특정 시간대, 특정 상황에서 내 입냄새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면, 그에 맞춰 대처하는 방법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물리적 거리만큼은 내가 먼저 좁혀보자는 결심이다. 마음이 멀어지는 건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내 냄새에 대한 불안이 나를 방해하게 둘 수는 없었기에, 입안은 조심하되, 관계는 다가가려고 애썼다. 웃으며 말을 건네는 순간, 몸이 반쯤은 긴장하고 있어도, 나 자신에게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다독여주었다.
생각해 보면, 고개를 돌리는 그 작은 행동에는 타인을 향한 배려가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쾌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거리 두었던 그 순간들. 그건 사실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다정함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배려의 일부를 나 자신에게도 주고 싶다. 불안으로 움츠러드는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시키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내 방식대로 나를 돌본다.
모든 냄새가 사라지진 않더라도, 마음속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면, 그리고 관계 속 거리감이 조금씩 가까워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다. 나는 지금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