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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by 이홍섭

나는 멍청한 사람이 싫다.


누구나 아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는 자기만 특별히 뭐 대단한 진리라도 깨달은 것 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

심지어 그 마저도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람.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대화의 흥미가 싹 식어버리는 걸로 모자라서 혐오스러울 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과거의 나'도 포함 되어 있다.

나는 과거의 나도 싫어한다.

멍청해서.

너무 멍청해서 본인의 철학이 개똥철학인지 모르고 오만하게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었던 과거의 나.

그 당시에는 눈이 번쩍 뜨이고, 생각이 트이는 것 같아 깨달음의 껍데기를 또 깨고 나왔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모두 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던 나.

앞서나간다고 생각했던 깨달음.

그게 시작점인것을 모르고 고장난 빈수레를 텅텅 털어 모두에게 전시했던 과거의 나.

여름 밤에 부는 죄많은 바람에는 특히나 빈수레를 요란하게 끌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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