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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pr 25. 2022

정원 일기(20.11.07)


올봄에는 이런 상태였어요.

키우는 화분마다 말려죽이고 

썩혀 죽이던 마이너스의 손이 마당을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축후 시멘트 가루와 모래로 채워진 마당이에요. 이때 퇴비를 넣었어야 했는데

암것도 모르는 상태니 아무거나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죠.


왼쪽 윗부분부터 배롱나무 동백 라일락 자귀나무 목련 매화나무입니다.

동백이 이상한 걸 꽃마당에 물어보고 적심(전문용어 써 봅니다)하고 자귀나무도 가지쳤어요.

집짓고 남은 타일 재활용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코스코에서 사다 심은 튤립이 올라오고 있어요. 튤립 옆에는 천리향인데

이건 장마에 뿌리가 썩어나갔습니다.

튤립 꽃잎이 햇빛에 비칠때면 마치 비단같았어요.






수레국화가 올라왔는데 장마에 넘어져서 마지막은 안 좋았어요.

에키네시아가 참 예쁜데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꽃송이를 세어 기억하는 것처럼

저도 아침마다 나가서 에키네시아 꽃 갯수 확인했죠. 밤새 누가 훔쳐갔나 하면서 ㅋㅋ 훔쳐간 놈 찾아서 우리

남편 데려가라고 하려고요. ㅋㅋ


조 뒤에 보이는 문그로우는 아들에게 생일 선물받은 겁니다. 

한그루에 십만원 하는 걸로 사주겠다고 호기롭게 나가서는

세그루 합쳐서 거기다 덤으로 비료까지 해서 십만원이었네요. 

자식 주머니 털기는 내돈보다 더 아까워요.




여름입니다. 

남들 심는다는 수국도 심어보고 

꽃마당에서 알려준 키다리 노란꽃(이름을 또 잊어버렸네요)의 이름도 알아내고

상추도 길러먹고 루꼴라, 치커리, 고추 종류별로 조금씩 심었는데 땅이 너무 척박하여 호박조차 열매맺지 못했어요. 수박도 심었는데 수박 뿌리에서 수박냄새가 나더이다.


서양톱풀 두 분 사다가 심었는데 어마어마하게 자라고 포기 나눔할정도로 번식했어요. 나머지는 거의 씨앗뿌리기. 무식한 자는 이게 잡초인지 씨앗이 싹터서 올라오는 건지 몰라서 잡초도 못 뽑았어요. 이웃집 아저씨가 지나다가 잡초라고 하면 얼렁가서 뽑고.







오늘 정원 모습입니다.


꽃도 안 피우면서 자리만 차지하던 걸 

꽃마당을 통해 정체를 알아냈어요. 

샤스타데이지. 뽑아서 세군데로 나눠 심는데


땅파고 심는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저 뒤에 아이리스 같은것도 

씨뿌린 건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네요. 

포기가 좀 많은 편인데 

지금 파서 한 세군데로 나눠심어도 될런지

고민중입니다. 



알게된 사실


1. 꽃들은 모여있어야 예쁘다. 저는 자연주의 정원한다고 섞어서 꽃씨를 뿌렸는데 이건 안예쁘더라고요. 특히 작은 정원에서는요.



2. 죽어야 죽은 거다. 꽃들은 뿌리만 조금 있어도 살더라고요. 목련도 잎이 다 시들어서 죽는 줄 알았더니 어느순간 새잎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작년에 화원에서 덤으로 준 화분도 죽었는줄 알았는데 살아나서 제일 이쁜 색깔의 관목이 되었어요.



이상입니다.


마당이 참 좋아요. 아침에 구부리고 흙냄새 꽃냄새를 맡으면 참 행복한 시간이 흘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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