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동 천짓골 식당, 마지막 이야기
그 사람은 꽤나 다정한 사람이었다.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내내 내 쪽을 쳐다보며 떨어지진 않을지, 춥진 않을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 처음 봤을 때 말수가 적고 어색한 침묵이 몇 차례 있었기에 무뚝뚝한 성격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서로에 대해 차차 알아가기 시작했다. 평소에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던 나도 그 사람의 서글서글함에 더 마음을 열었다.
그 사람은 용인에 산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 산다고 말했고, 그 사람은 멀지 않다며 웃었다. 좋아하는 가수를 말했더니 그 사람은 본인도 안다고 좋아했다. 제주 밤바다와 잘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며 숨비소리라는 노래를 틀었더니 너무 좋다며 또 웃었다.
보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더니 또 웃었다. 고기가 좋아야 맛있는 보쌈이다 얘기했더니 또 웃었다. 김치의 중요성에 대해 떠들었더니 계속 웃었다. 그 사람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아요?”
수다를 떨다가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던 중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왜죠”라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우리가 오늘 처음 보는데도 대화가 어색하지 않다고 얘기했다. 진짜 그런가라고 생각하던 중 그 사람이 또 말을 꺼냈다.
“처음 본 사람이랑 보쌈을 먹고, 처음 본 사람이랑 저한테는 처음 오는 제주도에서 바닷가를 가고, 서로에 대해 얘기하고 신기해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그러네. 처음 보는 사람인데 뭔가 어색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가 마치 잘 적힌 소설 속 문장들처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그 사람은 갑자기 웃는 게 의아했는지 내게 물었다. “좋아서요”라고 대답했더니 “뭐가요”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게. 뭐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별 좋아해요?”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면서 갑자기 물었다. 별을 좋아하나. 별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그 사람이 말했다.
“별을 구성하는 원소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랑 같대요.”
과학에 문외한이던 나는 반문 없이 그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사실은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이 우리일 수도 있는 거래요. 우리가 죽고 나서 먼 미래에 저기 저 별이 돼서 지금의 우리한테 보이는 거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더니 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저 별이 우리라는 말이에요. 별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덕분에 별 볼 일 있어서 고마워요.”
별 볼 일이 있어서 고맙다는 말. 내가 괜히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괜찮으면 서울에서 보쌈 먹으러 갈래요?”
그 문장이 무척 아름답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