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우리 외숙모가 내가 아는 친척 중에 제일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주에 오래간만에 뵈었는데 여전히 일반인 할머니 중에서 제일 미인이신 것 같다. 얼굴도 마음씨도 고운 우리 외숙모는 남들이 보기엔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첫째 아들은 서울대 졸업과 동시에 행시 합격하여 공무원 ing, 둘째는 의대 졸업 후 강남 병원 원장님.
뭐 한 가지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숙모는 조카딸인 나에게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쏟아내신다. 99.9프로 아들, 며느리, 손주 걱정, 0.1프로는 숙모의 남편인 우리 외삼촌 걱정.
다 들어봤지만 엄청 큰 걱정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
부모님들 눈에는 자식들 일은 뭐든 다 짠하고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고....
나도 그러하겠지. 돌아가신 우리 엄마도 그러셨을 거다.
숙모가 물으셨다.
- 썬아. 중2 공부 잘하지?
- 아... 다음 주 기말고사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너 닮았으면 잘할 거야
- 하하하하하
숙모는 몇십 년 동안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같은 말씀을 하신다.
"사실 우리 애들 중에서 썬이가 제일 똑똑해. 머리가 제일 좋아"
그 썬이가 바로 나!다.
숙모 기준으로는 내가 하버드나 예일대 정도는 갔었어야 했는데...
숙모에게 자랑스러운 조카가 되고 싶었는데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되서 민망스럽달까....
숙모에게는 딸이 없다. (물론 훌륭한 며느리가 둘이나 있다)
우리 시어머님도 나에게는 못할 말을 우리 아가씨에겐 다 털어놓으시겠지?
매일매일 싸우는 딸이더라도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된다. (딸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더더더~~하겠지)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뵙지만 딸처럼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 중2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한 건 걔가 기말을 앞뒀기 때문이다.
8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너무 걱정이 돼서 그놈에 관한 글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숙모는 당신의 두 아들에게 '1등이 돼라' 고 말하지 않으셨단다.
"이번 시험 무조건 올백 받아야 한다"
라고 하셨단다. Dog무섭..
하긴 그래서 서울대도 가고 의사도 되고...
숙모의 영향인지 나도 우리 중2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 기말셤 많이 틀리면 평~생 게임 못하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