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주말 잘 보내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처럼
주말
남
자,
뭐 대단한 걸 만든다고 6일이나 걸린 거야?
끝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 월화수목금을 버텨내던 사회 초년생 시절엔 '퀵하게 3일 완성'으로 세상을 창조하지 못한 하나님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무의미한 5일과 가치 있는 2일로 양분된 세상을 살다 보니 5:2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비틀거렸다. 왜 인간은 3일 일하고 4일 쉬면 안 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하노라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의 48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져, 금요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벌써 일요일 저녁이 된 것만 같은 초조함에 사로잡히곤 했다.
시작과 동시에 끝을 고민하는 나와 달리, 아내는 주말 스테로이드가 시간의 흐름을 무시한 채 금요일 저녁을 중심으로 최소 이틀씩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요일 오후면 "이제 목요일 하루만 버티면 금요일이야!"라며 신이 나기 시작했고, 일요일 밤 잠자리 들기 전까지도 마치 '일요일 다음은 월요일'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주말의 끝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주말이란 '월화수를 제외한 모든 날'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월화수마저 '이번 주말 계획과 다음 주말 계획'으로 가득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떠서야 그날의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그 부지런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5가 2를 지배하는 사람에게 2는 0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완전한 2를 위해 잘 짜인 5를 살아내는 사람에 2는 7과도 같다. 결혼을 하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아내로부터 2를 7처럼 사는 법을 배웠다. 여전히 일요일 밤이면 약간의 우울함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수요일 저녁부터 설레는 기술을 익혔다. 언제부턴가 목요일이 지치지 않고 금요일 저녁에도 주말의 끝을 고민하지 않는다.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세계 창조에 6일이라는 긴 시간을 투입한 창조주의 비효율에는 불만이 가득하지만, 최소한 이 소중한 이틀을 일주일처럼 즐기는 꼼수는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금요일 저녁에도 평화롭게 내일 아침을 고민할 수 있다.
여
자.
‘사부작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다.’이다. 거창한 가훈 따위 없는 집안이지만 자고로 못 먹어도 고, 킵고잉, 그리고 사부작거리기의 정신을 삶으로 증명하신 부모님 덕에 난 살면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울렁여도 '이러면 안 되지!'라며 더 몸을 움직였고, 마음이 한 자리에만 고여있으려 해도 '이러면 안 되지!' 하며 또 몸을 움직였다. 직장 생활도 예외 없었다. 누군가 보든 말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근무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 보내야 제대로 일 한 기분이었다. 쉬는 날과 주말도 예외일 수 없다. 마치 천하제일 주말 잘 보내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처럼, 나 자신의 나태함을 배격하며 참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신나게 놀며 보냈다. 이제야 생각해 보니 회사에서의 주중을 부지런하게 산 이유가 어쩌면 화려한 주말 스케줄의 당위성을 갖기 위한 퍼포먼스였던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모두 말을 안 할 뿐 매시 매분 매초마다 "아, 퇴근하고 싶다."라 말해도 모자랄 것 같다. 심지어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다는 농담도 있고. 같은 맥락으로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이나 일하다가 문득, 혹은 퇴근길 차 안에서 "이번주 주말에 뭐 하지?"를 계속 되뇐다. 공연이나 전시회, 여행처럼 정해진 일정이 있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보통 그 주 월요일부터 틈나는 대로 고심하며 최상의 스케줄을 계획한다. 주중에 거의 매일 생각한다. 역시 주말을 위해 주중을 사는 사람답게. 그런데 사실 특별할 일정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디깅 하며 좋아하는 분위기의 신상 카페를 오픈 어택하여 웨이팅 없이 입장하기, 서울을 벗어나는 도로들이 막히기 전 일찍 출발해서 양평, 가평, 용평 등 평화로운 근교 지역 핫스폿 순례하기, 기다렸던 영화를 조조나 심야 영화로 보기.
써 놓고 보니 참 평범하다 못해 시시하다. 그럼에도 이번 주 주말을 뭘 하며 어떻게 보낼지를 월요일 출근길부터 고민했다. 나름 좋은 자리 선점이 어려운 좋아하는 카페에서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길래 잽싸게 가장 좋아하는 테라스 자리를 예약해 뒀다. 햇살 좋은 자리에 앉아 뭐든 잘 먹는 남편의 먹방을 보며, 반려견을 무릎에 앉히고 라구 파스타와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먹을 거다. 그것도 매우 부지런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