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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이 Oct 22. 2023

베개 자국과 피부 노화의 상관관계

회복



자,


  

  무언가를 회복한다는 것은, 그것이 맞다, 옳다, 바람직하다는 것을 뜻한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비정상'이라는 함의가 있기에 회복된 '정상성'의 그림이 존재한다.


종이에 베인 손가락 상처가 아문다.

무거운 책장을 옮기다 삐끗한 허리의 통증이 사라진다.

롯데 자이언츠의 12회 말 끝내기 역전패 충격이 잊힌다.


  ‘일상성의 회복’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뭔가가 회복된다고 했는데, ‘일상성’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비일상성’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래서 적응해 버린 사람도 많았다. 나도 그랬다.


  다시 좁혀져 버린 사람 간의 거리가 이제는 예전보다 많이 불편하다. 거리를 두어도 살만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한 달에 두 번 회식은 이제 부담스럽다. 일주일에 5일이나 직장 동료들을 마주하는 것도 지겹다. 점심시간에 줄을 섰는데 뒷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면 등 뒤로 클락션을 울리고 싶다. 빵빵, 한 발짝 뒤로 가세요.


  푹 자고 난 뒤에 출근을 했는데 베갯자국이 영 사라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문신처럼 새겨져서 이제는 가리는 게 최선일 것만 같다. 파운데이션을 덧발라야겠다. 티가 나지 않도록. 아무도 나의 ‘엔데믹 블루’를 알 수 없게.





자.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면 모로 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뒤척이게 된다. 그러다 결국 엎드려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잠들고 난 아침,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보면 어김없이 얼굴에 베개 자국이 파여 있다. 예전에는 베개 자국을 보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얼굴에 남은 베개 자국은 걱정거리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한 뒤 회사에 오면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아뿔싸! 회사에 와서 거울을 봤는데 베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코에서 턱의 측면까지 이어지며 볼 한가운데를 횡단하는 대로를 만들어놨다. 한 손으로 턱을 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머리카락으로 감춰보려야 감출 수 없는 위치였다. 매의 눈인 동료가 어김없이 내 얼굴에 남아있는 선명한 베개 자국을 발견했다. 놀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숨을 폭 쉬더니, 그게 다 피부 탄력이 떨어져서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건데 요즘 자기도 그렇다며 피부과 상담을 다시 받아야 하나 고민이라 했다.    


  베개 자국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일깨워 준 동료가 고맙기보다 한층 더 우울해졌다. 하다 하다 이제는 피부마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하다니. 내 몸 여기저기에서 회복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어쩌다 등산을 가면 다음날은커녕 며칠 동안 다리 근육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한참 걸린다. 조금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나면 간에서 비싼 음식이나 잘 드는 숙취 해소제로 속을 달래라고 난리 난리다. 


  나란 사람은 점점 회복이란 단어와 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틀어진 회복과의 나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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