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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어
누구보다 유명해지고 싶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 그리고 첫 책 출간

by 홍지이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고 작가가 되기로 한 의도는 매우 불순했다.
누구보다 유명해지고 싶어서였다.
아! 내가 아니라 한 강아지가.


때는 2022년 9월. 말도 못 하게 귀여운 강아지 하숙생이 우리 집에 왔다. 아이의 이름은 펠라(PELLA). 당시 정기 후원을 하던 동물보호단체에서 지방 소도시의 외양간에 감금 및 방치된 유기견들을 대대적으로 구조했다. 약 60여두의 구조견 중 한 아이가 펠라였다. 꼬맹이 퍼피가 분명한데 구조자들을 향해 연신 '다 줘 패버릴 거다'라는 듯한 반항아 눈빛을 쏴 댔다. 다 줘 패 부린다, 줘 패 부린다, 줘팰라로 점점 줄어든 별명은 '펠라'라는 그럴듯한 여자 아이의 이름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펠라의 임시보호 가족이 되었다. 임시보호, 그러니까 일정기간 동안 인간과 함께하는 삶에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신체 발달, 운동, 정서적 성장 등 적절한 돌봄을 제공한 뒤 적합한 가정을 찾아주는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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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의 귀여움은 말도 못 했다. 우리 가족만 독차지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공리적 관점에서 펠라를 24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해야 한다고 말해도 될 만큼 매 순간 귀여웠다. 무엇보다 평생 펠라를 돌볼 가족이 한시라도 빨리 이 순간들을 만끽했으면 싶었다. 세상에 이런 어마어마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짙어졌다. 아이를 알아본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그 많은 이들 속에 펠라와 가장 똑 떨어지게 잘 맞는 가족이 있을 확률이 높을 테니. 펠라가 신인 아이돌이라면 난 기획사 대표, 혹은 신인개발팀 팀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각종 채널을 동원하여 펠라의 존재를 알렸다. 사진과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았다. 뭘 더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나마 일 외에 오랫동안 해온 것이 떠올랐다.


글을 쓰자. 펠라를 글로 쓰자.


쓰기로 마음먹은 뒤 곧장 브런치 작가의 문을 두들겨 열었다. 그 뒤 무언가에 홀린 듯 브런치에 펠라의 임보일기를 연재했다. 우리 가족의 임시보호 경험은 펠라로 두 번째였다. 그래서 여전히 서툴렀다. 매일 사건과 사고가 넘쳐났다. 마침 펠라도 대장 개구쟁이답게 획기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글감이 풍년이라 쓰고 또 썼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글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온갖 말썽을 피우는데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진 강아지와 늘 당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톰과 제리의 실사판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익숙한 플롯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 임보 일기의 조회수는 보통 1,000에서 5,000으로 훌쩍 뛰었고 몇 시간 지나면 10,000을 넘기기도 했다. 원래 모두의 조회수가 그런 건 줄 알았다. 조회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날 즈음, 단체 담당자에게 "임보자님, 입양 신청서가 쏟아지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제야 어쩌면 펠라가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에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제법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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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를 입양한 가족은 우연히 펠라를 알게 된 뒤, 자연스레 펠라의 임보일기도 읽었다고 한다. 글 안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있는 펠라에게 푹 빠졌다고 했다. 처음엔 재미가 있었지만,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할수록 글에 드러난 펠라의 이모저모가 큰 도움이 되었다며, 오히려 내게 글을 써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냈다. 충실히 기록된 아이의 일상을 읽으며 펠라가 어떤 아이인지 더욱 선명해졌단다. 펠라가 좋아하는 것과 무서워하는 것, 장난치기 전의 습관, 자기 전 루틴,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브런치의 글은 예비 가족에게 부치는 펠라의 생활기록부였다. 사진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펠라의 진면목을 글은 꼭꼭 눌러 담고 있었다.


그렇게 펠라는 가족의 품에 안겼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이로부터 메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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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에 이어 몇 차례 했던 임시보호의 경험담을 책으로 묶고 싶다는 한 출판사의 메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출간 제의에 얼떨떨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출판사 사무실이 있어서 속는 셈 치고 약속을 잡았다. 첫 기획 회의에서 만난 편집자와 엄청나게 멋진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는 펠라의 임보일기를 연재하던 시절부터 읽었다고 했다.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기여했으면 하는 방향이 서로 같았다. 무엇보다 여린 생명의 행복을 위했던 진심이 통했다. 우리는 포토에세이 같은 책보다는 임시보호와 유기견, 구조된 강아지의 삶을 염려하는 진지하고도 솔직한 책을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의 첫 에세이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가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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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가 처음 집에 온 날, 내 품에 안긴 펠라는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만 같이 작고 여렸다. 하지만 콩닥거리던 심장의 박동은 달랐다. 매 순간 성실히 자신이 살아있음을 외치고 있었다. 지옥이라 말해도 부족한 삶의 끄트머리에서 살아 돌아온 여리고도 강한 생명. 그 외침에 가장 옳은 응답을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언어를 가진 사람으로서 말의 힘을 빌려 펠라를 위해, 펠라를 닮은 누군가를 위해 대신 단어와 문장으로 힘껏 외쳤다.


그 마음 그대로 여전히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올해 두 번째 에세이책도 냈다. 이 책은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눈물 꾹 참고 낮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하려 노력했다. 글을 쓰며 나와 손잡고 온기를 나눈 누군가들을 오래 또 자주 생각했다. 브런치에 연재한 글로 첫 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어 좋다. 여전히 누군가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첫 마음을 가지고 문장을 쌓는다.


브런치는 작가로서의 나의 첫 마음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is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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