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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전지훈련 중간 점검!

by 홍지이

6월에 진행했던 제주도민대학에서의 '책이 되는 글쓰기 : 슬기로운 예비 작가생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덕이었을까. 그 후 몇 번의 북토크를 하며 독자님들을 만나고, 7월에는 제주시평생학습관에서의 '브런치 작가 되기', 8월부터 11월까지는 제주연구원 문화중개소에서 '나를 돌보는 에세이 읽고 쓰기'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 더욱 단단한 문장으로 중무장하기 위해 제주에 입도한 홍작가였는데, <여기 다 큰 교사가 울고 있어요>를 출간한 5월 이후부터 홍강사로서의 삶의 지분이 확연히 늘어났다. 여름 즈음에는 "나, 생각보다 수업하는 것을 좋아했었구나."라 읊조리며 상황 파악을 했다면, 요즘엔 "이게 맞아?"를 되뇌고 있다. 것도 그럴 것이 10월인 지금, 2개의 글쓰기 강의를 개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했던 수업의 담당 주무관님. 마주칠 때면 열정을 가득 담은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던, 이글아이의 소유자셨다. 나는 어떤 직업이던 자신이 하는 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가진 아우라를 알아보곤 한다. 그리고 마구 존경하는데, 이 분이 11월에 6월과 같은 강의를 하는데, 수강 기회가 부족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며, 수업 기간을 늘려서 심화 수업을 해보자 제안을 주셨다. 고민 하나 없이 칼대답을 날렸다. '매우 하겠습니다! ' 제주에서 저녁 강의는 처음 해보지만, 주 수강 대상이 직장인이 될 듯하니 또 다른 분위기의 학인 분들을 만날 생각으로 홍강사는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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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보수 및 리모델링 기간을 보낸 탐라도서관이 가을과 함께 돌아와 운영을 재개했다. 탐라도서관은 제주 여행자 시절에도 삼매봉 도서관, 한라도서관과 더불어 꼭 들려서 서가를 훑어보며 키워온 정이 있는 곳이다. 나는 아마 '출간작가가 알려주는 글쓰기'와 같은 제목으로 강의계획서를 드렸는데 담당 사서선생님께서 '감성을 만나는 글쓰기 밤'이란 강의명을 붙여주셨다. 월, 화에 이어지는 수업으로 나는 '쓰는' 수요일 저녁을 맡았다. 이 수업은 막연한 글쓰기에서 훗날 책이 될 수 있는 글쓰기로의 전환과 방법을 모색한다. 출간 작가의 길은 국가공인자격증을 따는 것도, 자격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알음알음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 감을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던 기억을 생각하며, 마음속에 작가의 꿈을 품은 분들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드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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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으로 인연을 맺은 학인 분들과 함께하는 글쓰기 합평 모임 '글섬'은 순항 중이다. 글쓰기 모임은 달리기로 따지면 좌우에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를 두게 되는 격이다. 쥐어짜 낸 글이 알고 보니 자기혐오의 세계에 뛰어들기 직전이라면, 다정한 동료들의 다독임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글쓰기가 난항을 겪는다 싶거나 글을 향한 마음이 작아지려 할 때 곁에서 큰 목소리로 대신 외치고 만다. "일어나세요. 뭐라도 쓰셔야죠."


여름을 견디는 힘이 되었던 사라아메드 전작 읽기 낭독 모임은 눈물을 머금고 일단락 지었다. 자신의 일정을 매끄럽게 매만질 수 있는 힘이 부족한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보니 수업 일정과 겹치는 일이 잦아졌다. 결석을 하면 자칫 매진하는 분위기를 흐릴 수 있고, 소중한 일과를 활용해 낭독에 참여하는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였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로서의 지침을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며 얻은 '나만 킬조이가 아니었다는' 위로의 감각을 잊지 못한다.


독서모임, 독서토론 금단현상이 생기려던 찰나 다행히 이른 아침에 모이는 조기독서토론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의 제주생활의 즐거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인 '그리고서점'의 대표님과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다. 수업 혹은 북토크에서 한두 번 뵈었던 분들이 몇 분 계시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임에 중간 합류자로서의 포지션은 긴장을 하게 되기 마련인가 보다. 다음 책을 선정하신 분께서 무려 '발제문'을 작성해 공유하시겠다는 걸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내 앞에 똑떨어진 새로운 분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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