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편 - 오픈이노베이션 정책 - 테스트베드코리아

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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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이번 오픈이노베이션 가이드라인 연재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정책에 대한 얘기를 좀 풀어보겠습니다.


요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한쪽에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기업들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원과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들이 있죠. 이 둘이 만나 화학적 시너지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지난 시리즈들을 통해 충분히 풀었습니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문화권 같달까요? 이는 민간의 영역인 만큼, 정책은 마중물이나 인프라는 제공할 수 있겠으나, 자칫 공공의 역할이 민간의 역동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신중함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를 참고로, 운이 좋게 하반기에 여러 전문가분들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고, 지난 12월 18일,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오픈이노베이션의 단계별 성과에 연동한 마일스톤 방식으로 전환하고, 협업 허브와 성과공유 모델을 구축해 혁신벤처의 기술 성과가 산업시장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우리 정책이 민간 수요에 맞춤형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기민하게 움직여 주신 부분은 고무적인 일이고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릴 일입니다.


이 시점에, 건의했던 정책 제언들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뒤에 설명할 '테스트베드코리아'라는 이니셔티브가 왜 지금 이 시점에 중요한지도 말이죠.


CREATE, 그 이상의 비전

보고서는 6가지 정책 방향을 'CREATE'라는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면서, 테스트베드코리아가 어떻게 이를 구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1. Cascading PoC Support: PoC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대기업 주도의 Top-Down PoC 지원을 강화하되, 핵심은 '계속성'입니다. PoC → 파일럿 → 본사업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테스트베드코리아는 이를 위해 다음을 제안합니다:

3단계 Cascading Fund: PoC(500만원) → 파일럿(2,000만원) → 스케일업(5,000만원)의 연계 지원

대기업 매칭 의무화: 정부 지원금의 최소 50% 이상을 대기업이 반드시 매칭

성과 KPI 명확화: 단순 PoC 완료가 아닌, 실제 계약 전환율을 핵심 지표로 설정


EU의 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보세요. 그들은 2016년부터 ①대기업 수요 기반의 R&D 프로젝트를 ②대기업 주도로 유연하게 운영토록 지원하고 ③대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Cascading Fund를 운영해왔습니다.


이번 벤처 4대 강국 종합대책을 보면, 이와 같은 단계별 지원이 반영되었습니다. 다만 Cascading Fund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유연한 운영 지원은 아직 따로 있지는 않고, 다만 모태펀드의 기존 역할과, 2026년 150조원 규모로 신설되는 국민성장펀드 등이 그 역할을 구체화하며 오픈이노베이션


2. Recognizing SME Innovation Demands: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하면 대기업-스타트업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중소·중견기업이야말로 절실한 당사자입니다. 2018~2023년 공모 87건 중 중소중견기업 참여는 29건 46개사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6%밖에 안 되는 수준이죠.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처럼 전담 부서를 만들 여력도 없고, 스타트업처럼 정부 지원에 대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주체입니다.

강화된 정책 방향:

중소기업 전용 OI 바우처 제도: 연간 3,000만원 한도로 외부 혁신 파트너 발굴·협업 비용 지원

업종별 맞춤형 매칭: 섬유, 기계, 화학 등 전통 제조업 중심 업종별 OI 프로그램 개발

수출연계 인센티브: OI를 통해 개발한 제품의 해외 진출 시 추가 마케팅 지원


3. Exchanges from Innovation Intermediaries: 중개자의 힘

앞서 수없이 강조한, '혁신중개자(Innovation Intermediary)'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액셀러레이터, 중개기관, 공공·민간 중개기관 등이 있지만,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은 부족합니다. 단순히 연결만 하는 게 아니라, 양측의 언어를 번역하고, 협상을 조율하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방법론, 사례, 노하우 등이 아직 자리잡혀가는 과정이기에,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거나 참고할 텍스트가 한없이 부족합니다. 하여 저는 다양한 혁신중개자분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번 가이드라인과 같은 자료들을 정리 중입니다. 언젠가는 그와 같은 여러 혁신가들의 노력이 축적되어 아래와 같은 제안들이 실행되길 바랍니다.


구체적 실행 방안: 다만 민간 주도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혁신중개자 전문육성 교육과정 신설(협단체 등)

오픈이노베이션 중개 관행의 정착(방법론, 중개 BM 등)

글로벌 중개 네트워크 구축: 해외 오픈이노베이션 전문 액셀러레이터, 벤처스튜디오, CVC 등과 교류

오늘날 혁신중개자는 정부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최적의 매칭 연결 뿐만 아니라, 기술가치 평가, 비즈니스 모델 설계, 이해 조정, 그리고 초기 검증 자금까지 지원하는 '풀 패키지' 중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중개기능에 특화된 인력이 중심이 되어 직접 책임있는 실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특화 벤처스튜디오, 즉 오픈이노베이션 스튜디오(Open Innovation Studio)가 나오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아마 나올 겁니다.


4. All-in-one for Startups: 원스톱 지원의 실현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려운 요소 중 하나는, 각종 지원 사업이 너무 많아서 뭘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중기부, 산업부, 과기부, 각 지자체까지... 비슷비슷한 이름의 사업이 산재해 있죠.

이를 통합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팅 통합 플랫폼' 채널이 있어야


All-in-one 플랫폼 구축:

1단계 (0~6개월): 발굴 및 준비

공모전, 1대1 멘토링, 해커톤 등 다양한 발굴 채널

사업화 준비금: 1,000만원 (시제품 제작, 특허 출원 등)

2단계 (6개월~1년): PoC 및 파일럿

PoC 지원: 최대 5,000만원

대기업 매칭: 1:1 의무 매칭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 배정

3단계 (1~3년): 스케일업 및 글로벌화

시리즈 A 연계: CVC/VC 투자 유치 지원

글로벌 진출: 해외 테스트베드 연결, 현지화 지원

Exit 준비: M&A, IPO 컨설팅

사후관리 (3년~):

재도전 프로그램 (실패 시)

스케일업 재지원 (성공 시)

멘토로 전환 (생태계 기여)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하나의 신청서로, 하나의 담당자와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Total Policy Package: 법과 제도의 혁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의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은 '땜질'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식이었죠. 이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2020년 과학기술기본법을 과학기술혁신기본법(科学技術・イノベーション基本法)으로 격상해 오픈이노베이션 등 혁신정책과 기술정책을 통합하고 범정부기구를 통해 총괄 규율하고 있습니다. (관련 참고) 우리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종합적으로 규율할 종합 정책 패키지가 나올 법한 타이밍이죠.


개방형 혁신 촉진법 제정 방향

제1장: 총칙

오픈이노베이션의 정의 및 범위 명확화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의 권리와 의무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역할

제2장: 지원체계

범부처 오픈이노베이션 전담기구 설치

Cascading Fund 운영 근거

세제 혜택 (R&D 세액공제 확대, 투자소득 비과세 등)

제3장: 공정거래

PoC 이후 계약 의무화 조항

기술탈취 방지 및 분쟁조정 절차

IP 공동소유 시 수익배분 기준

제4장: 인센티브

대기업의 OI 참여 실적을 ESG 및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

중소기업 OI 성공사례 정책자금 우대

글로벌 진출 기업 추가 지원

제5장: 벌칙

기술탈취, 갑질행위 등에 대한 처벌 규정

허위·과장 신청에 대한 환수 조치

이런 법은 진흥 중심으로 가야지 규제 중심으로 가면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취약한 오픈이노베이션 조직과 중개자들에게 마중물을 제공하고 명확한 룰 위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게임 환경의 기반을 마련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합니다.


6. Ecosystem for Global Open Innovation: 세계로 나가는 길

한국 시장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테스트베드코리아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테스트베드 네트워크:

1. 해외 거점 확대

현재: 실리콘밸리, 베를린, 싱가포르, 도쿄

확대: 런던, 파리, 텔아비브, 상하이

각 거점별 상주 코디네이터 배치

2. 크로스보더 CVC 활성화

한국 대기업의 해외 스타트업 투자 촉진

해외 CVC의 한국 스타트업 투자 유치

양방향 파이프라인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계 CVC 투자는 2021년 5,289억 달러에서 2023년 3,744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100대 기업 중 27%가 오픈이노베이션 예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3. 국가별 맞춤 프로그램

미국: 하드테크, 바이오 중심 (FDA 승인 지원)

유럽: 그린테크, 모빌리티 (EU 규제 컨설팅)

동남아: 핀테크, 커머스 (현지화 지원)

중동: 에너지, 인프라 (정부 프로젝트 연결)

4. 역오픈이노베이션 (인바운드 오픈이노베이션)

해외 스타트업을 한국으로 유치

K-스타트업 글로벌 허브화

외국인 창업 비자 간소화


정책의 우선순위와 로드맵

6가지 CREATE 전략을 다 동시에 추진하긴 어렵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간 단위로 마일스톤을 구축해야겠죠.


1단계 (2026~2027): 기반 구축

개방형 혁신 촉진법 제정

테스트베드코리아 통합 플랫폼 구축

혁신중개자 양성 프로그램 시작

Cascading Fund 시범 운영

2단계 (2028~2029): 확산

중소기업 전용 프로그램 본격 가동

글로벌 네트워크 5개국 확대

Cascading Fund 500억 규모로 확대

3단계 (2030~2031): 고도화

민간 주도 생태계로 전환

정부는 후순위 지원자 역할로 축소

글로벌 Top 10 혁신 허브 진입


이와 같은 정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본 원칙을 복기해보죠.


1. 지속성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법제화가 필수입니다. 시행령이나 훈령이 아니라, 국회를 통과한 기본법규가 있어야 하겠죠.


2. 예측가능성

"올해는 이렇게,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이면 안 됩니다. 최소 5년 단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개해야 합니다. 일본의 과학기술혁신기본법이 좋은 예시이죠.


3. 공정성

대기업 위주, 특정 업종 위주가 되면 안 됩니다. 모든 참여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메리토크라시여야 합니다.


4. 전문성

공무원들이 모든 걸 다 할 순 없습니다. 민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고,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합니다.


5. 글로벌 지향

국내 시장만 보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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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테스트베드코리아 이니셔티브,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의 궁극적 목표



저는 2024년 5월, 스타트업의 수출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을 연구보고서로 발표하며 저출산, 저성장 추세의 우리나라가 혁신을 매개로 취할 최적의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테스트베드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유사하게 낮은 출산율(1.6명대)과 1천만명 남짓의 인구를 지닌 스웨덴은 일찌기 테스트베드 스웨덴이라는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나라 전체를 혁신의 실험장 화하여 스타트업 육성의 기반으로 다져온 바 있습니다. 이 범국가적 테스트베드 이니셔티브는 스웨덴을 유럽 제일의 모범 혁신국가로 이끌어왔습니다.


한국은 단일민족, 동질문화권, 역동성과 빠른 유행 추종, 세계 제일의 디지털화 등 범국가적인 첨단기술과 혁신아이디어의 테스트베드로 손색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바로 그 테스트베드코리아의 심장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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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요기업과 우리 스타트업 / 우리 스타트업과 글로벌 수요기업

우리 수요기업과 글로벌 스타트업 / 글로벌 수요기업과 글로벌 스타트업


그들이 저 네 가지 축을 바탕으로 한국이라는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혁신을 실험하여 상품화하고 성장의 모멘텀을 얻어간다면, 적은 인구와 자원으로도 우리는 강소 혁신 국가로 꾸준히 포지셔닝할 수 있고 혁신성장의 동력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본질은 '함께'입니다. 혼자 할 수 없는 걸 같이하는 거죠.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속도와 유연성을 배우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합니다. 중소기업은 양쪽의 장점을 흡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춥니다.


테스트베드코리아는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혁신 생태계의 OS(Operating System)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말이죠.


2018년 7건으로 시작해서 2023년 87건까지 왔습니다. 양적 성장은 이뤘습니다. 이제는 질적 도약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PoC를 몇 건 했다"가 아니라, "실제 계약이 몇 건 성사됐고, 일자리가 몇 개 만들어졌고, 수출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봐야 합니다.


CREATE 전략이 하나씩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움직임은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걸 실제 현실화하려면 정부, 기업, 스타트업, 학계, 연구소 모두의 의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먼저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낙관합니다. 우리에겐 빠른 의사결정, 강한 실행력,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반도체를 세계 1위로 만들고, K-POP을 전 세계에 퍼뜨린 저력이 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도 충분히 세계적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테스트베드코리아, 그 궁극적 목표는 결국 이겁니다:

"혁신가라면 어느 나라 누구나, 함께 할 파트너를 발굴하여 전세계 어디서든 통할 혁신을 손쉽게 테스트하고 검증하여 사업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나라"

< 코리안 드림의 새로운 정의, 테스트베드코리아 >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으로, 30편에 걸친 오픈이노베이션 실무가이드라인 연재를 마칩니다. 졸필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고, 모자란 내용은 차후 더 보완해서 새로운 업그레이드 본들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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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5),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TF 4호

Mind the Bridge (2023), Corporate Innovation in South Korea

CB Insights (2024), Global CVC Report

KPMG (2024),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중소벤처기업부 (2024),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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