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어바웃펫 등 협업 기관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기술검증(PoC)를 진행하고 추후 브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7년간 스타트업 생태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성과들을 유형별로 정리해보는 시간이죠. 사실 '성과'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잖아요? 투자 유치 몇백억, Exit 몇천억... 이런 숫자만 성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앞서 대기업 관점의 성과처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참여의 의미 역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학습(Learning), 협업(Collaboration), 그리고 성과(Performance). 오늘은 2024-2025년 최신 사례들을 중심으로, 각 성과 유형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목만 봐도 뻔한 내용일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실전 사례엔 늘 예상 밖의 인사이트가 숨어 있으니까요.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해외 대기업을 만나 기술을 증명하는 것,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 5년 동안 무려 28번이나 문을 두드린 끝에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Vodafone)과 마주 선 기업이 있습니다. 시선 추적 AI 기술로 시니어 케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비주얼캠프(VisualCamp)의 이야기입니다.
비주얼캠프의 박재승 대표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무역협회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이노브랜치’를 통해 총 28건의 챌린지에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중 실제 밋업으로 연결된 것은 단 4건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타율이 낮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14%의 연결 확률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그 끈질긴 도전 끝에 2021년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과의 밋업이 성사되었습니다.
보다폰과의 협업이 곧바로 대규모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만남은 비주얼캠프에게 '해외 실증(PoC)'이라는 귀중한 훈장을 남겨주었습니다. 보다폰이라는 거대 파트너와 기술을 검증했다는 레퍼런스는 곧바로 다른 기회로 연결되었습니다.
비주얼캠프는 이를 발판 삼아 영국의 요양병원 두 곳과 시범 사업을 추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시니어들의 시선을 분석해 인지 건강을 체크하는 그들의 솔루션이 유럽 현지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재승 대표는 2024년 11월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무협과 중기부의 지원 덕분에 보다폰과 기술실증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는 글로벌 시니어 케어 서비스 개발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자사와 분야가 맞는 챌린지에 꾸준히 도전하세요. 반드시 기회는 생깁니다."
이 조언은 '한 번에 성공하겠다'는 조급함 대신, '나와 맞는 파트너를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그 과정에서 꾸준히 학습한다'는 스타트업의 단단한 근성을 보여줍니다.
2025년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공유회에서 대상을 받은 앰버로드와 에코프로의 협업은 '비즈니스 빌딩'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앰버로드는 AI 기반 이차전지 제조 공정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그런데 이론적으론 완벽해도 실제 공장에 적용하려면 수십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온도, 습도, 원자재 품질 편차, 설비 노후도, 작업자 숙련도... 이런 걸 스타트업이 혼자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죠.
에코프로가 실증 현장을 제공했습니다. 실제 생산 라인에서 데이터를 받고,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결과는? 연간 55억 원 규모의 재무 효과가 예상되는 공정 효율화 솔루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에코프로도 혜택을 봤다는 겁니다. 기존 컨설팅 업체에 의뢰했다면 수억 원 들여서 몇 달 걸렸을 프로젝트를, 정부 지원금으로 훨씬 효율적으로 해결했어요. 게다가 스타트업의 최신 AI 기술을 적용해서 내부 역량도 업그레이드했죠. 모범적인 오픈이노베이션 비즈니스 빌딩입니다. 단순히 거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식료품 스타트업 에프앤엘코퍼레이션과 CJ ENM의 협업은 '공동 개발'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에프앤엘코퍼레이션은 고단백·저당질 쉐이크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품 개발과 시장 판매는 다른 문제죠. 타겟 소비자는 누구인지, 어떤 맛과 텍스처를 선호하는지, 어떤 채널로 유통할지, 마케팅 메시지는 뭐로 할지... 이런 게 전부 필요합니다.
CJ ENM이 보유한 마케팅 및 판매 인프라를 활용했습니다. CJ의 소비자 데이터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CJ의 유통망으로 판로를 개척했어요. 결과적으로 CJ ENM은 이 스타트업에 30억 원을 직접 투자했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동 개발'이라는 표현입니다. CJ가 그냥 완제품을 사간 게 아니에요. 개발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서, 서로의 강점을 결합한 거죠. 스타트업의 기술력 + 대기업의 시장 이해도 = 시장성 있는 제품.
공동개발의 이점으로 수요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한 시너지입니다. '플라이밀'은 CJ온스타일이 준비한 2025년 5월 14일 골프여왕 박세리를 활용한 모바일 라이브방송에 첫 소개되어 29만뷰, 방송 한시간 동안 자체 목표의 173% 달성 등 성공적인 시장 런칭을 이루었고, 국내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25년 11월 현재 미국 아마존과 일본 큐텐몰에도 입점했습니다.
3) 미싱퍼즐 확보: 우미건설 x 포비콘
Vision AI 기술을 보유한 포비콘과 우미건설의 협업은 '미싱퍼즐 확보'의 좋은 사례입니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딘 산업이죠. 현장 중심, 경험 중심, 수작업 중심... 특히 공사 견적은 베테랑 실무자의 노하우에 크게 의존합니다. 문제는 이 노하우가 속인화되어 있다는 거예요. 담당자가 퇴사하면 그 경험도 함께 사라지죠.
포비콘의 AI 기반 공사 견적 효율화 플랫폼은 우미건설에게 '미싱퍼즐' 같은 존재였습니다. 우미건설이 갖고 싶었지만 자체 개발하기엔 리소스가 부족했던 그 퍼즐 조각이요.
협업을 통해 우미건설의 과거 프로젝트 데이터를 학습시켜서, AI가 견적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베테랑의 경험과 판단을 AI가 학습하고 재현하는 거죠. 이제 신입 사원도 AI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견적을 낼 수 있습니다.
포비콘 입장에서도 우미건설은 '미싱퍼즐'이었어요. 건설 산업의 실제 니즈를 이해하고,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였으니까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성사된 삼진식품과 우아즈의 협업은 '플랫폼 협업'의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삼진식품은 2024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고 코스닥에 입성한 중견기업이에요. 그런데 왜 스타트업과 협업했을까요? 바로 '어린이 데이터' 때문입니다.
우아즈는 육아 플랫폼 '우아띵'을 운영하면서 11만 개의 어린이 건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어요. 키, 몸무게, 영양 섭취 패턴, 선호 음식 등...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린이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죠.
삼진식품은 이 데이터로 나트륨을 줄이면서도 맛을 유지한 어린이용 어묵튀김과 어묵볶이를 개발 중입니다. 우아즈는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실제 구매 가능한 제품을 연결해줄 수 있게 됐고요.
여기서 '플랫폼'의 의미는 두 가지예요. 우아즈의 데이터 플랫폼, 그리고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매칭 플랫폼. 이 두 플랫폼이 만나서 시너지가 발생한 셈이죠.
2024년 시작된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이어지면서 장기 협업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차를 포함한 11개 대기업이 참여해 736개 스타트업을 추천받았고, 133건의 밋업을 거쳐 최종 62개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했어요. 여기까지는 다른 프로그램과 비슷합니다. 차이는 그 다음이에요.
한 스타트업은 대기업 2곳과 동시 협업을 추진하면서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2026 CES에서 대기업 홍보 부스에 함께 참여할 예정입니다. 다른 스타트업은 신규 조성된 100억 원 규모 개방형 혁신 전용 펀드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동일 비율의 매칭 투자를 받았어요.(ZDNet, 2025)
이제 오픈이노베이션은 단발성 프로젝트를 극복하고 장기 협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술 실증 후 신규 납품 계약, 글로벌 공동 진출, 지속적인 R&D 협력...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는 거죠. 아주 좋아요!
대한민국 스타트업 역사에는 여러 갈래의 성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눈'이라 불리는 머신비전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을 2억 달러(약 2,300억 원)에 통째로 인수했다는 소식은 그 결이 달랐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스타트업, 수아랩(SUALAB)의 이야기입니다.
2017년 창업한 수아랩은 창업 초기부터 명확한 타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조 현장의 '외관 검사'였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던 불량품 검사 공정을 딥러닝 기술로 자동화하겠다는 것이었죠.
당시 머신비전 시장의 절대 강자는 미국의 코그넥스였습니다. 코그넥스는 전 세계 제조 공장에 광학 장비를 공급하는 공룡이었지만, 급격히 발전하는 '딥러닝 기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수아랩의 기술력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수아랩은 인공지능·머신비전(Machine Vision, 기계가 사람 눈처럼 사물을 인식)·슈퍼 컴퓨팅 등 3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공장 현장 라인의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한다. 정상 제품과 불량품의 사진을 기계에 학습시키면 알아서 불량품을 골라내는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 ‘수아킷(SuaKIT)’을 개발해 삼성전자, LG, 한화, SK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을 판매처로 개발했죠. 스톤브릿지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 주요 벤처캐피털의 투자(누적 투자금 314억원)를 유치하며 인수 제안도 적지 않게 받았다 합니다. (매일경제 2019)
글로벌 시장에서 수아랩의 무서운 추격을 지켜보던 코그넥스는 결단을 내립니다. 경쟁해서 이기려 하기보다, 그들의 기술과 인재를 통째로 흡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9년 10월, 코그넥스는 수아랩의 지분 100%를 인수합니다. 이는 당시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의 엑시트(Exit)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로버트 J. 윌레트(Robert J. Willett) 코그넥스 사장 겸 CEO는 "딥러닝은 공장에서의 비정형·불규칙적인 불량 등의 까다로운 검사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사람에 의한 육안 검사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었다. 수아랩의 뛰어난 지적재산권(IP) 및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과 광범위한 시장 적용 범위는 특히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전자부품 및 하위시스템의 결함을 검사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어렵고, 지루하며,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육안 검사는 향후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으로 보다 더 높은 신뢰성과 낮은 비용으로 수행될 것이다."라고 말했죠.
오픈이노베이션은 이렇듯, 수요기업에게는 혁신 통합과 인력 확보의 계기가 되며, 스타트업에게 Exit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만 국내에서 이와 같은 M&A 기반의 성공 사례가 매우 희소하여, 지금까지도 M&A 활성화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7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성과는 단일 차원이 아니라는 거예요.
AI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업(협업 유형)하면서 실제 산업 데이터를 학습(학습 유형)하고, 그 결과로 투자 유치(성과 유형)에 성공하는 식이죠. 세 가지 성과 유형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선순환을 만드는 겁니다. 더불어, 여러 갈래의 오픈이노베이션 시도 속에서, 어느 프로젝트는 학습 성과로, 어느 프로젝트는 유의미한 협업 성과로, 어느 프로젝트는 결국 Exit에 다다르는 등, 단계별로 여러 결의 의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24-2025년은 특히 '검증된 성과'가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투자 시장은 어렵지만, 확실한 매출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은 여전히 큰 금액을 유치하고 있어요. 대기업과의 협업도 단발성 PoC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사례들을 계속 관찰하고 공유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매일 변화하니까요. 오늘의 성공 공식이 내일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패턴을 이해하고 있으면 적응이 빠르겠죠.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그때까지 여러분의 스타트업에도 세 가지 유형의 성과가 모두 찾아오길 바랍니다.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참고문헌
한국무역협회,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 (2024.05)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공유회" (2025.12)
포브스코리아, "2025 대한민국 고속성장 스타트업 50" (2025.08)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2025년 데이터 스타트업 지원 기업 선정" (2025.06)
GlassDollar, "Impact of Venture Client Report" (2024)
더브이씨(TheVC), "2024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 (202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