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 아니라 서울 사람.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바르셀로나 사람.
“2019년 3월의 어느 날 공덕역 지하철 안의 풍경"
요즘 공덕역 근처로 작업실을 옮기고 나서 지하철을 거의 매일 타고 있다. 그 덕분에 평소 차만 타고 타고 다녔을 때는 보지 못한 서울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서울이라는 곳은 지역에 따라 건물과 사람, 그에 따른 그곳의 분위기가 확확 바뀌어서 특히 재미있다.
문득 바르셀로나에서 현지인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여기 사람들은 자기들을 스페인 사람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카탈루냐(바르셀로나 지역의 옛 이름) 사람, 혹은 내가 사는 바르셀로나 내에 있는 지역 이름을 붙여 말하곤 한다고. “고딕 사람”, “라발 사람”, “그라시아 사람” 같이.
어쩌면 우리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서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를 잘 드러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아닌 그 안의 구체적인 지역명을 붙여 “신사동 사람”, “이태원 사람”, “홍대 사람”으로 소개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말은 달리 말하면, 내가 사는 지역 자체가 곧 나를 말해준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경제적인 이유에서건 나의 취향적인 이유에서건 내 인생의 거점인 집을 어떤 지역에 둘 것을 결정했다는 것만큼 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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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7일 저녁
2019년 3월 29일 오후
릭 Rick Kim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옮기고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