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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11. 2021

삶과 죽음에 대하여

나에게 삶과 죽음은 이 그림과 같다.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수시로 내 안에서 요동치듯 움직인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파란불 신호를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의 하얀 선까지 아슬아슬하게 돌진하는 차의 앞머리를 바라보며 죽음을 떠올린다. 유난히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에도 삶의 의미를 묻다가 죽음을 떠올린다. 햇살이 뜨거운 어느 날, 아내 쪽으로 한껏 기울인 양산 아닌 우산을 들고 지나가는 어떤 노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너무나 보고 싶은 돌아가신 지인분을 떠올리며 아직도 지우지 못한, 아니 지울 마음이 없는 그녀의 카톡 사진을 보며 죽음을 떠올린다.


나에게 죽음은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역시나 부모의 죽음만큼은 내 안에 없다. 오로지 내 죽음만을 그린다. 나의 아버지만큼은 영원히 살아계실 거란 생각을 한다.

      

만약 죽음과 삶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런 그림이 될까.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밀려오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감정. 이 감정이 하나의 물결 안에서 검은 색과 검은 색이 아닌 어떤 색이 되어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이 하나의 물결을 저 멀리서 전체적으로 바라본다. 어두운 남색의 ‘죽음의 빛’에서 붉은 색, 파란색을 지나 옅은 핑크의 ‘삶의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 삶의 색은 해 뜰 무렵의 옅은 핑크빛이다. 시작이다. 하지만 죽음도 완전한 검정은 아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색깔의 그라데이션이 있다. 그 그라데이션 겹겹 속에 일상의 고민과 고뇌와 번뇌, 후회, 그리고 행복과 기쁨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감정들이 파도처럼 내 안으로 수시로 요동치며 나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은 나에게 감정이, 마음이 없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동치는 감정이 없다면, 세상을 무채색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은 언제나 파도다. 삶과 죽음이 쉼 없이 파도를 친다. 그 파도에 지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일 게다.  삶과 죽음이 요동치는 마음의 파도. 이 그림을 보면 왠지 마음이 안정된다. 내 마음의 파도를 이 그림이 대신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툴고 거친 붓자국이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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