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다녀왔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김태형의 <트라우마 한국사회>, 울리히 벡 외 1인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마리엘라 자리토라우스의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닉 벤톡의 <낯선 사랑을 찾아서>, 디트마르 그리저의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그리고 타마라 아일랜드 스톤의 <너에게 닿는 거리, 17년>.
총 7권의 책을 빌려 왔다.
도서관을 나오며 2월답지 않게 따뜻한 햇살에 바라본다.
새로운 책들을 마음껏 골라 가방이 꽉 차도록 빌리고 나오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집에 와 어깨를 보니 빨간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다. 책의 무게가 남긴 흔적이다.
책의 무게로 인해 어깨에 남긴 자국처럼, 이 책들이 나의 가슴에도 그렇게 자국을 남겨 주길 기대한다.
책의 제목을 보고 내용을 상상하며 한 장 한 장 넘길 때, 그 순간 두근거림을 느낀다. 가끔은 기대와 달리 몰입할 수 없는 책도 나오기도 하고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책도 있다. 하지만 책의 제목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설레고 다음을 읽고 싶어서 몸을 달게 만드는 책들 또한 만나기 때문에 책을 빌리고 온 날은 가슴이 벅차서 그 요동을 어떻게든 쓰지 않으면 가슴이 잠잠해질 줄 모른다. 지금처럼.
에어컨을 만드는 연구원들은 기계를 보며 ‘아름답다’는 말을 한다. 사각의 메틸 소재의 물건들을 보며 그들은 ‘美’을 느끼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나는 아무리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사랑스러운 점을 찾으려 노력해도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다. 내 눈에는 그저 ‘물건’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책의 표지, 글자, 책속의 글자, 이러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랑’을 느낀다.
사랑이 시작되는 연인들이 느낄 법한 설렘과 두근거림, 기대, 떨림을 나는 책에게 느낀다. 제목만으로도 홀딱 빠지게 되는 책이 있고, 그런 책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몸이 핸드폰 카메라를 열고 사진을 찍고 만다.
오늘도 나는 책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