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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Nov 04. 2020

고요하지 않은 고백.

무음이 아닌 묵음.

마음의 고요함과 평화에 적잖이 위협이 되는 실로 엄청난 고백을 앞에 두고 매번 서성거리고 머뭇거렸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를 할 것이라고 틀림없이 생각했다. 기차에서 내려서 시계의 분침을 보고 홀수라면 그렇게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 이내 그건 좀 아니잖아 하고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후의 거리에서 산책을 하는 셈 치다가 이럴 바에는 그냥 모든 걸 털어놓자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괜히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시비를 걸고 만다.

네가 뭘 알아. 넌 아는 게 도대체 없잖아.

자신에게 하려던 모진 비난을 강아지에게 돌연 퍼붓고는 사실 나는 강아지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사실은. 이상하게 좋아하는 것들은 막대하게 되는걸.
그건 정말 나쁜 것임을 가증스럽다는 걸 잘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짓말을 반복하고 마는 것이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거냐고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할 수도 있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 그럴수도 있는건데 그런거 아무것도 아니래두.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어쩔 도리가 없다. 구제받을 수 없겠어. 발바닥에 바늘이 꽂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주저앉아버리곤 벌을 받은 게 분명해. 그것밖에 없어.


결말 같은 건 어떻게 되는 걸까. 결말이 없는 이야기가 나라면 어쩌겠어. 그냥 그런대로 있어야지.
더 최악의 결말이 오기 전에 달아나버려야겠어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당신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말하는 중이었다. 도무지 모르겠지만 진심인 것 같은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고아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영원하게 고아로.
어쩌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고 말았구나 싶었다. 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래서 그렇다면 당신의 마지막 손을 들어 주신 게지. 딱 더도 덜도 말고 그뿐이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니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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