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자율학습시간.
창밖으로 봄이 내리고
여름이 불고
가을이 쏟아지고 나서야
그제야 겨울이 알은체를 했다.
우리는 동그랗게 앉아서
그리고 끔찍할 만큼 차분한 얼굴로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겨울은 으스스하고
겨울은 수치스럽고
겨울은 진짜 진짜
한심했다.
우리는 겨울을 녹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부드럽고 차가운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더 이상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산허리에서 선잠이 든
해를 끌어올리자
새벽이 느릿하게 주저앉았다.
우리는 남은 겨울을 호수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