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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Aug 27. 2021

작은 동네, 손보미

어제의 날씨통보.

지나간 일일 뿐이야라는 말을 하기에는 모두 늦어버린 게 아닐까. 과거는 눈처럼 녹아 없어지는 게 아니라서 우리는 늘 과거를 헤쳐나가며 살아가게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과거를 벗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일어나지 않은 척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아마 쉽게 과거를 놓아버리는 사람들은 제법 강단 있는 사람들이 분명하니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있는 것이야말로 불행함을 자초하는 일이지만 어쩐지 우리의 과거가 몹시 안타까워서 모른척하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기에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책을 완독하고 난 뒤에 작가의 말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했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작가님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라고 혼자 이해하려고 해 본다. (실은 별 이유 없으실지도 모르지만)​



얘, 너가 준 돈으로 산 밥을 먹으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운이 나.
너가 내 부적이야.



곳곳에 잔잔하게 슬픔들이 묻혀 있는 책이어서 감정들을 발골하다 보면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전개라서 뭔가 자꾸만 빠져들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정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비교적 가깝게 사로잡혔다.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리며 주인공의 어머니가 평생 되뇌어온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너의 삶.
너의 행복.
너의 안전.

화재가 나서 마을이 불타버렸고 사람들은 누군가를 잃었다.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난 불꽃은 우리의 소중한 무언가를 남김없이 태우고 재만 황망하게 남겨놓았을까. 어찌 보면 사는 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기에 엄마는 주인공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는 노력이 매번 결과를 주지는 않기에 그럼에도.

일생을 그곳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만도 같다. 붙잡을 수밖에 없어서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떠날 수밖에 없었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가야만 했던 작은 동네는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영원히 알 수 없겠죠.


누군가의 허망한 눈동자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는 사이 주인공의 엄마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건 아니라는 걸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따라가게 되어버리는 수많은 작은 실패를 들여다보며 왜 그랬어. 주인공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일 때문에 한동안 자책은 계속 진행 중인 걸로.



그런데. 당신 누구라고요?
나는 그런 목소리들이 내게
밀려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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