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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Aug 08. 2017

최선의 사람, 최선의 사랑

2017.08.01  

적당히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어색한 공기를 내뿜을 때 자주 사용되는 질문이 있다. "애인 있어요? "이상형 있어요? 어떤 사람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만날 사람이 이런 부분을 갖추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요? 아니면 이것만은 없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다양하고 취향과 취미 등의 관심사가 들어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 나가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적당히 아는 사이라거나, 처음 본 사람의 경우에는 어떠한 것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어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적 관심사를 갖는 주제가 있다. 그건 바로 사랑과 연애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든, 여자와 여자가 만나든, 남자와 남자가 만나든 다양한 모양의 연애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있다. 대여섯 명이 만났을 때 절반 정도는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겠지만 술을 마신다면 그중 한두 명 정도는 자신의 사랑관이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되어 있고 그 이후부터는 그들끼리의 유대감과 친밀감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잘 모르는 누군가가 잘 모르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조언을 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조성이 되며 하룻밤 사이에 친한 친구가 되어 있기도 한다. 그만큼 사랑은 연령,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그 대상이 자신이든, 자신의 자식뻘, 손주뻘 되는 사람이든 상관이 없다. 하다못해 우리는 연예인들의 만남과 헤어짐에도 설왕설래한다.     


청소년 초기에는 이성보다 동성에 더 관심을 보이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나 가족보다 친구들 간의 관계에 더 애착을 보인다. 그때는 친한 친구를 두고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잘못된 듯 느껴지기도 하고 동성의 친구 사이에 일정한 규칙을 두고 구속을 하는 등 연인과 친구의 관계를 혼동하기도 한다. 베스트 프렌드가 생기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시기가 청소년 초기의 시기다. 학교에 머리가 짧고 운동을 잘하는 여학생이 또래의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아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자연스럽게 친구가 아닌 이성에게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우정과 사랑 사이에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정과 사랑은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둘 중 무엇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친구는 애인의 대신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잘 모르는 시기에는 예쁘고 화려하고, 눈에 띄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예쁘고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나, 잘생기고 공부를 잘하는, 또는 운동을 잘하는 학생이 많은 인기를 독점한다. 또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생기고 궁금해한다. 조용한 학생이 활발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거나, 모범생이 불량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기심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그렇게 좋아하고, 차이고, 연애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사람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과 맞는지, 어떠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가의 취향을 만들어 간다. 단순히 눈에 끌려서 좋아하게 되는 것과 다른 이성관과 연애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시간이 지나며 맺게 되는 관계에 따라 꾸준히 바뀌어 간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고 취향이 도드라지게 되며 사람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며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좋아지기도 한다.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같이 음악을 듣는 사람, 같이 책을 볼 수 있는 사람,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기분 좋은 행위를 할 때 같은 공간과 시간을 향유하는 사람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모습을 보일 때 더 호감이 생긴다. 이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점을 넘어 동일한 취향의 시간을 공유하며 상대방의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모습을 볼 때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볼 때 더 큰 호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무하고나 하지 못하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그 사람과 가지는 시간들을 통해 호감이 생기며 감정을 키워나간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한순간에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 공유하는 시간들을 가지며 상대방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내가 갖지 못해 더 좋아 보이는 부분과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요소들, 그리고 외적인 호감이 겹쳐 발생되는 것이 연애 감정이다. 결국 나와 같은 맥락에 있지만, 나와 다른 부분을 가져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연애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경험적으로 연애 상대를 분류하게 된다.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함께 할 수 없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외향을 지닌 사람과 지니지 않는 사람 등등. 문제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좋아하고 연애하고 갈등이 발생하고 헤어지는 경험을 통해 서로의 합을 맞추는 과정과 갈등이 생기는 부분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경험하지 않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 이전 연애 경험에서의 실패를 막고자 전의 애인들과 다른 모습을 갖춘 사람을 찾고, 나와 더욱 맞을 것 같은 사람을 탐색한다. 연애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이전의 갈등 상황과 동일한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나와 같은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나와 다른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문제시되는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본다. 주변에 사람은 많고 소개팅도 여러 번 하게 되지만 다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한두 개씩 가지고 있어 만날 사람이 없어지고 만나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싹튼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호감이 생기는 이유를 찾고, 호감이 생기지 않으면 호감이 생기지 않는 이유를 찾는다. 애인의 좋은 점이 존재하지만 부족한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한다. 근거를 찾아야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과 과정을 알 수 있고 안심하는 한편 상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문단에 적은, 호감이라는 것은 결국 서로가 가진 긍정적인 모습을 공유하는데서 생긴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써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거나 나와 맞는 취향의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둘만의 공통점이 생기게 되어 있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연애를 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둘만의 추억과 시간, 장소가 생겨난다. 결국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둘만의 공통된 취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너와 함께 해서 좋을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너와 함께 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공유하는 이 시간이 특별한 것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특별한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공통된 취향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공통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너와 내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감정과 확신, 그리고 신뢰다. 나를 좋아하는 너와, 너를 좋아하는 내가 만나 함께 시간을 가지면 우리 사이에 공통된 무언가가 만들어져 더 좋은 방향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연애와 나에게 맞는 사람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사랑은 최선의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최선이 되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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