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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May 01. 2016

영화 '무뢰한'에 대한 시적 후기

머그잔에 소주를 따라놓고 아침을 먹는다. 잡채발 같이 질긴 인연 탓에 목구멍이 컥컥 막히지만 같이 살자던 그놈도, 배신하지 말라던 또 다른 그 놈도 그렇게 멀어져만 가는 걸 붙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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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덮는 것은 또 다른 상처. 사랑을 덮은 것은 또 다른 사랑이라고 했던가. 자라등처럼 딱딱해진 상처의 더께 위로 진주귀걸이 한쌍이 덜렁거린다. 그놈을 떠나 보낸 아침 그녀의 머그컵엔 눈물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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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처럼 주저앉아 살아온 날들을 토해내던 어느 겨울,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이 가는 혈관속을 파고들고, 삶은 진통제 따위로 참아낼 수 있는 고통이 아니라는 걸 그녀, 통곡을 하며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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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해도 토해내도 그녀는 여전히 서럽다. 피흘리며 비틀비틀 멀어져만 가는 그 놈의 뒷모습이 얹히듯 서럽다. 그놈도 그걸 아는지 가위눌린 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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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아라. 씨팔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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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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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뢰한"에 대한 시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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