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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영 Sep 30. 2023

6. 아카데미(3)

‘별의 심장?’


마야는 그 부분에 대해 아직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교과목 중에 <별의 구조>라는 게 있었지. 그 과목에서 배우는 걸까?’


마야는 호기심에 별의 심장을 설명하는 단락을 쭉 읽어보았다. 심장의 구조가 불안정해질수록 별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때로 우주에서는 정신을 완전히 잃은 미치광이별을 만날 수 있다. 이 별들은 눈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삼킨다.』


별을 경영하는 거신들은 대부분 자신의 별이 붙박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거신이 요람으로 돌아올 땐 대부분 둘 중 한 경우에 해당했다. 하나는 자신의 별이 나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였다. 이 경우, 거신은 죽은 별을 분해하거나 일부를 갈아 상자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그렇게 가지고 온 별의 시체는 요람에서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 요람에서 태어난 것은 요람으로, 이것은 중요한 규칙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한번 자리를 잡은 별을 경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부에서 중력을 잃고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미치광이별이 유일한 위험이었다. 책에 쓰여있는 것처럼 이 정신 나간 별들은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그냥 삼켜 버렸다. 그게 암석이든, 혹은 같은 별이든, 심지어는 거신이든 이들에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별을 잃거나 다친 거신들은 고향인 요람으로 돌아와 치료받았다. 미치광이 별에게 공격당한 거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선배 중 하나가 아카데미를 자퇴하겠디고 유모장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걸 마야는 알고 있었다. 마야는 미치광이 별에 대한 단락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베베는 미치광이별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 별들은 정신이 나갔다고 했잖아. 하지만 베베는 감정을 분명히 표현해 낼 줄 안다고. 그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다는 뜻이지. 그럼 그냥 정상적인 별인데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걸까?’


어쩌면 그것이 실마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야의 머리를 스쳤다. 마야가 별의 심장에 대한 책들을 더 빌려와야겠다고 결심하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안내드립니다. 마망 이데아께서 신입생들을 만나시고자 친히 아카데미에 방문해 주셨습니다. 도서관에 머물고 있는 신입생 여러분은 아카데미 중앙광장으로 바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들은 마야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망이 워커들을 만나러 하트 밖으로 나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 자리에 늦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고, 마망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영광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마야는 빌린 책을 반납함에 넣어 놓고 재빨리 도서관을 나섰다. 그리고 잰걸음으로 이데아가 와 있다는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마야는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섰다. 다른 거신들이 모두 광장이 아닌 도서관 뒤쪽으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는 마망을 만나야 하는 신입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직감에 마야는 등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마야 바로 뒤에서 한 거신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그 말에 마야는 고개를 획 돌렸다.


와삭와삭 와삭와삭-


일순간 일정한 소음이 마야의 귀에 꽂혔다.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던 마야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헉 삼켰다. 그 앞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형체가 분명했던 기숙사 건물이 반쯤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건물 외벽을 와삭와삭 갉아 먹고 있는 작은 별의 모습이 보였다.


“맙소사.”


물론 그 별은 명백히도, 베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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