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흐릿한 기억엔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뛰어나 운동을 곧잘 하는 어린이였던 것 같다. 매해 운동회에서 반대표로 달리기도 잘했었고, 체육 시간을 좋아했었고, 주말에 친구들과 테니스 치는 부모님 보면서 배워보고 싶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도 잠시 수강했던 것 같고, 핸드볼팀에도 잠깐이지만 활동해 본 거 같고, 수영 배우던 시절엔 연년생 오빠보다 스피드 있게 잘한다고 칭찬도 꽤 들었던 거 같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은 운동보다는 공부를 해야 했었고,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특별한 운동 취미가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였을까 수능 끝나자마 체육관 등록해서 운동하고, 스쿼시 배워보고 그나마 요즘에도 하는 건 달리기랑 테니스. 뭐 꾸준히 하는 건 하나 없고 이것저것 기웃거려 본 거 같다. 이렇게 적어서 나열해 보니 나 참 끈기 없는 사람 같다.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기에 학업적 사교육은 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예체능 사교육은 여기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다. 여자 아이들은 발레->체조 이 순서를 타고 가는 거 같고, 남자아이들은 수영->축구 이런 거 같다. 아무래도 여름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다 보니 물 좋아하고 수영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잘하고 학교에서도 수영 수업이 있으니 자신감도 뿜뿜, 거기다가 수영 아카데미에서 하는 대회에 참여해서 메달까지 따고 나니 동기부여도 되고 재미도 느끼고, 더운 나라에서 땀 안 흘리고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해서 이번 학기부터 수강 중인데, 첫째는 주 4회 수영 수업과 주 1회 체조수업, 둘째는 주 2회 수영 주 2회 축구 이렇게 서로 다른 스케줄을 소화해 내고 있다. 한국이면 학원 차량들이 픽업/드롭오프도 해 주고 내가 운전도 하겠지만, 내가 사는 이곳은 차량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주차문제도 있고 택시를 주로 이용하여 이동하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난 야외 활동 당첨이라 뜨거운 햇볕아래 내 살갗은 하염없이 타들어 가지만, 학교 갔다 운동하고 나면 배고파서 밥 잘 먹고, 피곤해서 쓰러져 자니 입 짧고 예민한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는 것만 봐도 감사하다. 사실 본인들이 잘해서 팀에 조인한다고 하였으나, 주관적인 엄마의 눈이 아닌 객과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아이들이 특출 나게 잘한다고 생각 들지 않으나 본인들이 즐겨하고, 스포츠맨십을 배워가고 서로 격려해 주며 하이파이브를 치며 웃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 됐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