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e saint-matieu

d+8

by regine




혼자서 머물 집 치고는 다소 컸지만, 밖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꽤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기에 위치는 무시한 채 덥석 예약한 곳.

사실 집 소개글에 있던 집주인 루이의 글 소개가 너무 웃겼다. ㅋㅋㅋ

‘A l’attention des personnes à mobilité réduite : Il est au 6ème dans un bel immeuble en pierre de taille, et sans ascenseur. Mais une fois arrivé, que de ciel !’

그가 적어둔 문체처럼 집엔 과장된 꾸밈이 없었고, 매일의 하늘을 보기에 적합한 집이었다.


사실 S가 같이 묵게 되면서, 북역 근처라는 것에 대해 갑자기 둘 다 경계심이 들어 취소까지도 심하게 고려를 해봤더랬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보내준 이 이미지는 다시 봐도 웃기다.ㅋㅋㅋㅋㅋㅋ 내가 예약한 곳은 저 빨간 지대에 주의 문구중 '불안' 부근 ㅎㅎ


전체 환불은 도착 5일 전까지 가능하나, 내가 이 집을 예약한 게 이미 도착 5일 전이었다.... 결제한 금액의 거의 20%만 받게 될 상황이라

늦게 돌아다니지 말자. 어차피 사람 사는 동네야 !!! 하고선 그대로 직행.


처음 도착한 날 비가 와 다소 음침한 게 있었지만, 동네는 깨끗했고, 흑형들이 주로 사는 동네인 건 맞았다. 유난히 큰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렇듯 아이들 울음소리 (웃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이게 묘사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나라의 언어인진 모르겠지만, 프랑스어가 아닌 다른 언어들이 들렸다. 전용 가발샵도 있었고, 화려한 천만 파는 곳, 머리를 레게로 땋아주는 미용실, 그리고 케밥 집들이 있었다. 처음 흑인을 본 날은 아마 내가 초등학교 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였다. 그 아이는 어떤 옷을 입어도 눈동자밖에 보이질 않았다. 아이를 데려온 어머니가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이미지를 잊을 수가 없다. 너무 예뻤거든.


집에서 역으로 가는 길에 돋보였던 건 이곳,

'HOTEL de la PAIX’.

작은 골목에서 유리문 뒤 곧장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 곳. 검붉은 간판에 흰색 타이포가 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오전 일찍 앞을 지나갈 땐 앞에 게이트가 내려가 있었다. 호텔 아닌가여...?

무튼 항상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기에 ‘이 동네의 사랑방인가 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ㅋㅋㅋㅋ

옛날 시트콤 보면 왜, 항상 같은 장소에서 줌인되면서 하루와 시작되고 에피소드가 끝나갈 때쯤이면 다시 그 장소가 나오고 서서히 줌 아웃되는 (가게 불이 딱 꺼지기도 하고) ㅋㅋㅋㅋ 그런 느낌에 딱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상상을 덧붙이니, 저 앞을 지나갈 때마다 괜히 힐끗거리며 혼자 웃었다.


집의 대문은 잔잔하게 예뻤다. 앞엔 큰 나무가 있었는데 아침엔 햇살에 그 그림자가 대문 위로 드리워졌고, 밤엔 가로등 빛으로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내부 계단은 대문보다 짙은 컬러의 나무였는데, 이것도 예뻤다. 말이 6층이지, 0층을 포함하면 7층이었다,,


계단을 숨차게 올라오다 보면 친절하게 누가 4층이라 적어둔 종이가 보인다. 응 아직이구나...

드디어 도착. 집 내부는 사진으로 보던 것만큼 넓지 않았지만 그래서 너무 휑한 느낌 없이 좋았다.

맨 꼭대기 지붕 칸의 집이다 보니, 집 내부 모서리마다 사선으로 된 공간이 있었고, 그걸 잘 살려 벽장, 커튼 걸이, 조명이 놓여 있었다. 그게 난 또 너무 좋았다. 하루 저녁엔 아예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런 부분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이곳 사람들의 틈새 공간 활용이란... 사실 지붕 집에만 한정되어있는 건 아니다 보니, 어딜 가든 내 눈엔 돋보여 꼭 찾아보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지.



또, 길을 가다 지붕 집에 불이 켜져 있다면 괜히 반가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저 집안의 사선들은 어떻게 채워져 있을까 하고.



어제 적었던 것처럼 하루하루 비슷한 듯 다른 아침과 밤을 보냈다.

그렇게 8일을 보내고 내일이면 체크아웃을 한다. 내일은 H가 오는 날.

같은 집에 머물렀어도 좋았겠지만, 새로운 집도 기대가 된다. 그 동네는 또 어떤 곳이려나. (S가 보내준 지도를 따라, 빨간 구역은 피함ㅋㅋㅋ)



이제 짐을 싸 봐야겠다.

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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